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pcorn and Whisky Jun 20. 2024

블로그 취지와는 어긋나는 출장일지

조금은 이른 블로그 1주년 일기

제목 그대로입니다.

영화와 술을 다루고자 했던 블로그의 취지에서 벗어나 그냥 일기처럼, 출장일지(인데 사실상 뒤늦은 여행일지)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보자 합니다.


아! 출장을 오는 길에 의도치 않게 옆자리 승객이 단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았던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숙면은 포기한 채 영화를 한 편 보게 된 게 다음 영화 리뷰에 대한 모티브를 주긴 했습니다. 안 그래도 궁금했고 보고 싶은 영화이긴 했는데 출장길 비행기에서 보게 될 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인상이 강력했어서 다음으로 다루고자 맘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건 별개의 포스팅으로 올리는 걸로...

Coming soon...

다소 갑작스럽게 싱가포르 출장을 오게 되었습니다.

통틀어서는 이번이 네 번째 방문에 불과한데 올 때마다 인상이 좋았던 터라 급속도로 최애 도시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곳입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바라본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전경

되돌이켜 보면 제 인생에서 지난 5-6년 정도의 기간 동안 싱가포르는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언급되었던 도시였습니다. 2018년 당시 맡고 있던 업무와 재직 중이던 회사에 환멸감을 느끼고 번아웃이 찾아왔던 시기에 우연찮게 채용공고 몇 개를 접해 싱가포르로 이직을 시도했었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고육지책으로 회사에서 부서와 직책만 변경하여 좀 더 내공을 쌓자는 마음으로 버텼죠. 그 마음가짐의 유통기한은 딱 5년이었던 듯합니다.

그 유통기한의 말미에 아내의 권고로 취미 겸 나름의 힐링을 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한 게 거의 1년 전인 2023년 7월이었죠.


지칠 대로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진 것도 모자라 이러한 마음가짐을 당시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알아채 버리는 바람에 쫓겨나듯 시피 사실상 권고사직 형태로 퇴사를 한 게 제게는 유난히도 추웠던 작년(2023) 12월이었습니다.


다 내려놓고 충전을 명분 삼은 백수 생활이 한 달가량 지났을 때쯤 1년 넘게 이직을 시도 및 협의하던 회사에서 공식 오퍼가 왔고, 당장 일주일 뒤에 출근을 해달라는 말을 듣고서는 짧은 고민 끝에 백수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할 곳으로 선정하여 급하게 티켓팅을 한 곳은 다름 아닌 싱가포르였습니다.

착륙하자마자 들른 곳은 예전 직장에서 업무를 하면서 수없이 우수 벤치마킹 사례로 언급했던 창이공항 Jewel이었죠.

감격스러웠던 Jewel과의 첫 조우

사진과 글로만 보던 곳을 실제로 마주한 그 순간의 감동은 지금 생각해도 벅차오릅니다.

유년기 이후 대략 20년 만에 방문한 싱가포르를 최대한 만끽하고자 정말 열심히 돌아다니고 자전거 투어, 로컬 푸드 투어 등을 통해 도시를 최대한 흡수하고자 했었습니다. 여행 자체도 너무 즐거웠지만 언젠가 이곳에 진짜 살게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져 들었죠.


그렇게 여행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서 즐겁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근무를 한 지 4개월... 생각도 못했던 싱가포르 출장이 잡혀 반년도 안 되어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비록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출장 기간 내내 형용할 수 없는 감격스러움, 뿌듯함, 행복함의 기운이 저를 감싸는 듯했고 이러한 감정은 출장 마지막 날 저녁에 극대화되었습니다.


여행 당시 거의 매일 찾았던 바를 방문해 다들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를 향해 앉아 있을 때 저는 반대로 강변을 바라보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풍경, 특히 이 날의 하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나름 단골집에서 홀로 맥주 몇 잔을 마신 후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여행 당시에도, 지금도 가림막이 쳐져 있는 옆 부지를 보며 저기는 무슨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걸까?라는 생각을 하고는 아직은 이전 직장, 업을 통해 얻은 직업병이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에 홀로 피식 웃음을 자아 내고는 숙소로 복귀했습니다.

완공 된 모습을 언젠가 볼 수 있기를...

채 가시지 않은 이번 출장의 여운으로 인해 잠에 못 들던 중 이를 해소하는 일종의 저만의 방식으로 이렇게 두서없이 조금은 이른 블로그 개설 1주년 포스팅을 빙자한 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내일은 적당히 일찍 기상하면 공항으로 향하기 전 산책 겸 머라이언 파크 사자상과 마리나 베이 샌즈 전경을 눈에 다시 담고 갈까 합니다.


여행 블로그는 아닌지라 세세한 사항은 기술하지 않았으나 싱가포르는 잘 찾아보면 볼 것과 즐길거리가 넘치는 도시이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주지로서의 매력 또한 무한한 도시입니다.


혹시 여행지로서 싱가포르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께 참고사항이 되길 바라고 지금 저를 감싸는 이 좋은 기운이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독자 분들께도 전이가 되어 소망하시는 바를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혹시 싱가포르 여행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 댓글로 남기시면 제가 아는 선에서 대댓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Merlion Park

저는 너무 늦지 않게, 내키는 시점에 예고한 The Zone of Interest 영화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Till next time...

작가의 이전글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