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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corn and Whisky Jun 06. 2024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Bloody Mary

찰스 맨슨 사건과 더불어 저 당시 미국 시대상이 생소하다면 사당히 지루했을 영화죠

브런치 작가가 된 후 처음 올리는 글이네요. (이전 글들은 모두 티스토리에 차곡 차곡 쌓아 놨던 아이들을 브런치로 이동 시킨 개념이었습니다.)

첫 글인만큼 초심으로 돌아가는 차원에서 최애 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을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여담으로 쿠엔틴 타란티노는 장편 영화 딱 10편까지만 만들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죠.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가 9번째였고 이제 한 작품만을 남겨 두고 있어 저와 같은 팬들은 모두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은퇴를 굳이 앞당기진 않았으면 좋겠으나 그의 작품을 빨리 만나 보고는 싶은 그런 미묘한 감정이죠. 이런 저런 소문에 의하면 기본적인 컨셉, 배경과 시놉시스는 어느정도 나왔고 주연 배우까지 섭외가 되었다는 것 같은데 아직은 갈 길이 먼 듯 하니 지켜 보는게 좋겠습니다.


그러던 중 타란티노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Kill Bill> 시리지의 3번째 영화 포스터 팬아트가 등장하게 되며 또 한바탕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갔죠.

Kill Bill Vol.3 Fan art

옛날부터 뜬소문처럼 킬빌 3편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는 돌긴 했었죠. 심지어 스토리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썰이 돌았었습니다. 1편에서 주인공에게 엄마가 살해 당하는 것을 목격한 Nikki가 성장해서 복수를 하러 온다는 뭐 대충 그런 줄거리입니다. 3편 팬아트 댓글 중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본인도 썰로 돌고 있는 저 내용이 화면에서 실현 되는 것을 너무나도 보고 싶긴 하나 이제 10번째 작품을 남겨 두고 있는 만큼, 시리즈 물의 후속편이 아닌 타란티노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피날레를 장식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도 이 대목에서 너무나 공감이 되더군요.


여담이 길어졌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오늘 다루고자 하는 영화는 앞서 언급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입니다.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투샷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 화제가 된...

무엇보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엄청난 기대감을 모았었죠. 브래드 피트와 디카프리오 형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니... 거기에 마고 로비까지... 정말 비현실적인 캐스팅이었죠.

기대감을 모았던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그리 흥행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총 동원 관객수가 약 28만명에 머물렀죠. 타란티노 영화가 국내에서 겪는 어쩔 수 없는 장벽이 몇가지 있기 때문인데 첫번째는 타란티노 영화는 정말 말이 많고 수다스럽습니다. 즉, 그렇다 보면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어가 전달하고자 하는 위트나 메세지가 희석 될 수 밖에 없죠. 두 번째로는 상당히 잔인하기 때문에 늘 19금으로 분류 되다 보니 거기서 이미 상당 부분 필터링이 될 수 밖에 없죠. 그리고 세 번째로는 context입니다. 영화가 담고자 하는 역사적 또는 문화적 시대상이나 특정 사건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영화를 즐기는데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이래저래 국내 관객과 정서적 교감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장르인 셈이죠. 타란티노 영화 중 그나마 흥행을 한 <킬 빌> 시리즈는 타란티노 영화 중 말 수가 적은 편이고 줄거리도 단순하고 액션에 치중이 많이 되어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영화 plot 상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당시 미국의 히피 문화와 찰스 맨슨 일당들

<원어할>의 경우 1960년대 말 할리우드의 시스템이나 정서와 더불어 로만 폴란스키나 샤론 테이트와 같은 실존 인물에 대한 레퍼런스, 당시 미국을 휩쓴 히피 문화와 정서, 그리고 무엇보다 찰스 맨슨 일당의 샤론 테이트 살인 사건등을 인지해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에 더욱 진입장벽이 높았을 겁니다.


일단 그러한 부분을 논외로 하고, 블로그 시작 당시 추구하고자 했던 컨셉을 되짚는 차원에서 영화 중 특정 장면을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바로, 극 중에서 릭(디카프리오)과 클리프(피트)가 바에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는 장면입니다.

바로 이 장면

사실 영화에서 그리 큰 비중도 아니고 찰나에 순간에 지나가는 장면입니다. 당시 상황은 릭이 영화 제작자인 마빈 슈와츠(알 파치노)와 후속작 논의를 하기 위해 식당에서 기다리던 중 나오는 장면이죠.

얼마 안 있어 이렇게 알 파치노가 짠 하고 카메오로 등장을 하죠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릭과 클리프가 각자 주문해서 마시던 음료입니다.

특히 클리프가 마시던 음료.

오른쪽에 있는 릭이 마시던 투명한 음료는 위스키를 베이스로 라임이나 레몬류 액을 섞어 만든 위스키 사워입니다. 그리고 왼쪽에 있는 클리프가 마시는 붉은 음료는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그 이름, 블러디 메리입니다.


일단 위스키 사워 얘기를 잠깐 먼저 하고 넘어가자면 의견이 분분하나 1800년대 항해사들이 즐겨 마시던 음료라고 합니다. 당시 항해사들은 긴 항해 시간 동안 비타민 C 섭취 부족으로 인해 괴혈병을 많이 겪고는 했는데 이를 방지하고자 습관적으로 라임을 먹는 것이 거의 매뉴얼이 되었죠. 그리고 이를 좀 더 야무지게(?) 즐길 수 있게 해준 음료가 바로 위스키 사워라는 탄생 썰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위스키 가지고 장난 치는것 같아 그닥 선호하진 않는 음료...

웬만해서는 당연히 고급 싱글몰트 위스키를 사용하진 않을테고 비교적 보다 저렴한 위스키를 사용해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일텐데요. 굳이 좀 억지스럽게 해석을 해보자면 릭은 해당 신에서 뿐만 아니라 주구장창 위스키 사워를 고집하는데 어떻게 보면 영화 판에서의 본인의 이미지나 위상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때 잘나갔으나 지금은 아류에 가까운... 조금은 싸구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인지도와 티켓 파워가 있고 배우로서이 실력이 절대 없지 않은... 고급 싱글몰트 위스키는 아니지만 위스키의 본질을 품고는 있는 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위스키 사워 칵테일 같은 배우...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위스키 사워 얘기는 이 쯤 해두고 블러디 메리로 넘어가죠. 어떻게 이 이름을 얻게 됐는지에 대한 의견 또한 분분한데 그 어원은 역사 속 실존 인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1500년대에 영국을 다스렸던 메리 1세 여왕입니다.

영국 여왕 메리 1세. Bloody Mary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메리 여왕의 아버지는 흔히 "바람둥이 왕" 이미지로 알려진 헨리 8세입니다. 결혼을 무려 6번이나 하신 분이죠. 그렇다면 메리 여왕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바로 헨리 8세의 첫 아내인 캐서린 아라곤 왕비입니다. 단순화 하자면 메리 입장에서 보면 아버지가 바람 나서 어머니를 처형 했고 그 과정에서 국교였던 카톨릭 마저 버리고 영국 성공회를 세우죠.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여왕이 된 메리는 어릴적 상처에 대한 복수를 하듯, 영국 성공회 신도들과 그 우두머리들을 가차 없이 죽입니다. 이러한 면 때문에 이후에도 피의 메리, 즉 Bloody Mary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이 대명사는 오늘날까지도 서양의 각종 괴담에도 등장하고 나아가 술 이름까지 됩니다.


그럼 다시 칵테일 블러디 메리로 돌아와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음료가 왜 흥미롭냐? 앞서 언급한 <원어할> 장면에서 음료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데요. 아래 시퀀스를 보시면...

갑자기 술에다가 핫소를 막 뿌리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바로 셀러리를 한 입 베어 먹습니다...

생소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정말 이상한 술인 셈이죠.... 핫소스를 뿌려 먹고... 가니쉬로 셀러리가 들어가고...

왜 그런가 하니 블러디 메리는 주로 해장술로 인식 되기 때문입니다. 토마토 주스를 베이스로 하고 있고 이런저런 든든한 "안주"를 곁들여 먹어 숙취를 해소한다는 재밌는 논리이죠.

그렇다 보니 블러디 메리에 올라가는 가니쉬를 보면 아래와 같이 기상천외 한 것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술과 가니쉬의 주객전도 대환장 콜라보...
이 정도면 액체는 그저 목넘김을 돕기 위한 수단일 뿐...
햄버거가 몇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는 식사 대용, 브런치 칵테일로 취급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 두어번 먹어본 적은 있는데 개인적으로 토마토 주스를 썩 좋아하진 않아서....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는데 또 모르겠습니다. 저런 기상천외한 가뉘시를 곁들이면 그럭저럭 먹을만한 한 끼 식사가 될지...


그럼 클리프는 왜 이 음료를 마시는걸까? 과몰입 해서 억지스럽게 또 해석을 해보자면 이 또한 음료가 클리프의 사정과 비슷해서라고 볼 수 있죠. 키워드는 바로 대용품 / 대체품.

클리프는 릭의 스턴트 더블입니다. 즉, 본인이 진짜 배우 대접을 받지는 않고 필요에 따라 대역을 해 줄 뿐이죠. 블러디 메리가 음식과 술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넘나 들며 식사 대용이 되듯이 클리프도 엄연한 액션 배우로 보일 수 있겠으나 본질적으로는 대역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는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릭과 클리프는 영화 내내 찐친 바이브를 뿜어내며 함께 화려하게 영화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영화의 엔딩 관련해서도 본질적으로 둘의 관계를 어떻게 볼 수 있느냐에 대한 여러 해석도 있는데 이를 제가 이 글에서 직접 다루진 않겠습니다. 저는 술 얘기가 하고 싶었으니까요 ㅎㅎㅎ


오늘도 한 영화의 한 장면에 대해서 얘기하려다 두서없이 이런 저런 얘기를 정말 많이 했네요.

그렇더라도 신박한 정보 하나 정도는 얻고 가셨기를 바라겠습니다.

Till nex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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