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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청개구리 Dec 07. 2022

스타트업 케이스 집필의 시작: 기업선정

아산기업가정신리뷰 AER

요리를 만들려면 신선한 재료가 필요한 것처럼, 스타트업 케이스 제작의 시작은 목적에 알맞은 기업 선정이다. 그래야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다양한 교훈이 담긴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세상에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스타트업들이 너무나 많다. 모두의 이야기를 케이스 스터디에 담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다. 결국 다양한 측면에서 스타트업과 케이스스터디의 상호적합도를 고민해봐야 한다.  지난 몇 번 집필에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 사례 기업의 선정시에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창업자와 구성원이다. 아무리 유명한 스타트업이라도 창업자가 케이스 제작에 함께 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팥 없는 찐빵 같은 제작물이 나올 것이다. 케이스의 주인공은 사례 기업이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들은 창업자(그리고 공동창업자)와 구성원들이다. 이들이 창업 과정 속에서 결정한 행동, 과정, 결과가 사례의 뼈대이고, 그 위에 감정의 교환과 수치적 결과들로 살을 붙여야 케이스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케이스가 소설이나 위인전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의 성장에서 어려움을 다면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서사 구조도 필요하다. 창업자가 직접 경험한 이벤트가 없는 케이스는 갈등이 없는 영화나 감정묘사가 없는 연애소설 정도로 마무리되어질 것이다.

케이스 스터디는 학습 목적에 따라 이야기와 이론이 적절히 혼합되어야 한다. 창업가의 자서전이나 회고록과는 다른다   

과거 집필을 돌이켜 보면, 유명하지 않은 스타트업이라도 창업자가 사례참여에 적극적인 경우에는 만족할 만한 케이스가 나왔다.


둘째는 사례 기업의 성장 단계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집필진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A단계 이상의 스타트업이 케이스를 쓰기에 어려움이 적었던 것 같다. 성장곡선의 기울기가 높아지고 매출이 발생한다면 pre-A단계의 스타트업도 사례 기업으로도 좋았다. 극초기 스타트업은아직 그들도 회사의 정체성과 사업의 방향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집필진도 케이스의 주제를 정하기가 어렵다. 보통 하나의 케이스를 6개월 정도의 시간을 투입하는데, 집필 중간에 회사의 사업방향이 바뀌거나 정체성이 달라진다면 집필도 멈추어야 할 것이다.


다만 소셜 벤처를 사례기업으로 정하고 집필하는 경우 성장 단계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해당 기업이 가진 미션에 집중하기 때문에 독자(혹은 학습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도 다를 것이다. 소셜 스타트업들은 비교적 성장 속도가 더디고 매출 및 이윤과 같은 운영지표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다른 가치들이 있다. 그래서 설립 미션과 비전이 확고한 소셜 스타트업들은 초기 단계라도, 케이스의 주인공으로 초청하기도 하였다.


세번째는 사례 기업의 데이터이다. 케이스 스터디 학습자들은 케이스에 포함된 정성적, 정량적 정보를 모두 활용하여 학습을 진행하는데, 주제와 관련된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높은 학습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례 기업을 선정할 때 우선 참여 스타트업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데이터 공유가 가능한지 알아보아야 한다.


케이스의 주제에 따라 데이터의 형태와 양은 다르다. 전자 상거래 스타트업의 마케팅을 케이스의 주요 이슈로 정했다면 정량적 정보가 많이 필요할 것이고, 창업자의 리더십이나 HR이슈가 케이스의 핵심 내용이라면 정성적 정보가 더 적절할 수 있다. 즉 케이스 참여 기업의 정체성이나, 제시하고자 하는 주요 이벤트와 이유에 따라 요구되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달라질 것이다.


만약 사례 참여 기업이 대외비밀정보에 대한 염려 때문에 데이터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다면, 피상적인 내용만 담긴 케이스가 제작될 것이다.  


케이스에 참여할 사례 기업을 선정하면, 이제는 정말 글을 쓰는 시간이다.


이 정도의 고민을 거치고 나면 해당 스타트업이 케이스 제작에 적합한지 판단이 된다. 적합하다 판단하면 이제 정말 글을 써내려가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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