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idgemaker May 14. 2021

MZ 세대는 보험을 혐오해(1)

빠르게 도전하고 실패에서 배움 찾기

몇 년 전만 해도 ‘MZ세대’를 이야기하려면 많은 설명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Z세대’를 함께 아우르는 표현”이라고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MZ세대는 ‘요즘 세대’를 이르는 말로 자리매김했다. - 우리가 MZ 세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한겨례-

참조 : 우리가 MZ 세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참조 : 보험업에는 90년생이 오지 않는다

참조 : "미래보다 현재"…밀레니얼 세대 보험가입률 '뚝'

참조 : [보험과 디지털 전환]①MZ세대 못 잡으면 '암울'

참조 : MZ세대, 보험 가입률 상대적으로 저조



생명보험 연령별 보유고객 현황 출처:보험개발원

MZ세대는 혐오라는 단어를 쓸 만큼 보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양한 단체에서 발행하는 보고서들은 MZ세대의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YOLO 성향"을 통해 그들이 보험을 혐오하는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MZ세대가 그들의 미래를 포기한 게 아니라면 현재를 더 중요시한다는 분석은 피상적인 현상만 분석한 느낌이라 뭔가 석연치 않다.


오늘은 이러한 비평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시도해본 과정을 "문제 분석 및 정의 > 가설 설정 > 프로토타입 > 배움"의 순서를 통해 남겨보고자 한다. 



문제 분석하기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어떻게 MZ세대들에게 형성되었는지 분석해 보기로 했다. 보고서에 기록된 데이터로서의 MZ세대와 정성조사를 하며 인터뷰해본 MZ세대들의 이야기가 미묘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설들을 확장해 보았다.

 

0. 보험판매의 특징


보험은 보험설계사가 상품과 소비자 사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상품은 상품 제조업체> 도매> 소매를 거치며 판매자에게 물건이 전달된다면 보험은 대리점 소속의 보험설계사를 통해 상품 판매와 사후관리가 이뤄진다. 상품 판매에 사람이 관여하는 부분이 크다 보니 설계사의 역량과 인맥에 따라 상품의 흥행 여부가 달라진다. 보험회사들이 설계사 양성과 판매 스킬 향상에 힘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1. 불편한 첫 만남

젊은설계사들의 인스타그램을 패러디한 이미지

사회초년생 때 한 번쯤 겪어본 재무설계를 가장한 보험 판매방식은 젊은 세대에게 보험이라는 단어에 혐오감을 갖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와 금융지식이 별 차이 없어 보이는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재무설계사라는 이름으로 금융전문가 행세를 하며, 앵무새 같은 상담과 이를 통해 종신보험 가입 권유로 이어졌던 경험들은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고객의 니즈보다 설계사의 입장에서 이윤이 많이 남는 상품을 재무설계라는 이름으로 추천했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신뢰가 깨지게 된 것이다.


이는 보험회사들의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에 기인한다. 설계사의 연령과 성별만 바뀌었을 뿐 80~90년대 주를 이루었던 일본식 대면 마케팅 방식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보의 불균형이 심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이런 식의 상품 판매가 문제 되지 않았다. 고객들은 보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전적으로 설계사의 설명에 의지 했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매력 도보다 설계사와의 개인적인 신뢰에 따라 상품을 가입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접근이 쉬워졌고 본질적인 본질적인 경쟁력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지인 영업을 통한 밀어내기식 영업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참조 : "벤틀리부터 샤넬백까지"... 재무설계사들의 인스타그램

참조 : 보험설계사는 왜 ‘충(蟲)’이 됐나



2. 내 돈을 쓰기엔 너무 어려운 보험

보험 이해도 정답률 출처:보험연구원


금융은 너무 어렵다. 사람들은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때 무의식적으로 개념을 단순화하고 일반화해서 정의해버리곤 한다. 예를 들어 주식은 위험하지만 수익을 많이 얻을 수 있는 것, 적금은 이자는 적지만 잃지는 않는 것, 보험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 정도로만 인식하게 된다. 베이비 부머 세대에서는 보험의 추상적인 이미지만 가지고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무조건 하나 이상은 가입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상품 판매가 가능했다. 


2000년대 후반이 되면서 이러한 경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MZ세대는 소비의 주체가 되고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싶어 한고 자신이 완벽히 알지 못하는 개념에 자신의 돈을 쓰길 주저한다. 그에 비해 보험은 금융상품중에 난이도가 굉장히 높고 복잡한 축에 속해서 소비자가 상품을 완전히 이해하고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기 어렵다. 보험이 MZ세대에게 외면받는 또 하나의 이유다.

참조: 여전히 어려운 보험약관…이해도 점수 도리어 하락

참조 : 국내 국민 보험이해도, ‘60점에 불과’


3.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 

보험에 이미 가입한 사람들 중에도 상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깨알 같은 글씨로 만들어진 보험증권을 평생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상세한 상품설명에 비해 손에 잡히는 가치는 추상적이다. 보험상품에 대한 개념 이해가 어렵다 보니 상품의 마케팅 포인트는 돈을 얼마를 내고 받을 수 있다는 단순한 수익 설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MZ세대가 가입하는 대부분의 보험은 미니보험, 실비보험, 자동차 보험에 국한되는 이유다. 혹자는 욜로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 때문에 보험상품 판매가 부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이러한 현상히 단순히 욜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MZ세대가 이해 하기에는 손에 잡히지 않는 보험의 가치가 상품 선택을 어렵게 한다고 생각한다.


4. MZ세대는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까?


생명보험 종목별 가입의향 출처: 보험연구원(2018)

그렇다면 MZ세대에게는 정말 보험이 필요 없는 걸까? MZ세대는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까?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밀레니얼 세대의 보험 가입" 보고서를 보면 현재 가입된 보험은 보장성에 치우쳐져 있으나, 향후 가입의향 기준으로 저축성 보험에 높은 니즈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보장성 보험을 대부분 부모를 통해 가입된다고 생각하면, MZ세대 또한 미래 준비에 대한 니즈가 결코 적지 않는 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니즈에도  MZ세대는 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까? 코인/주식 등에 투자하는 금액의 볼륨을 보면 30대 이하의 MZ세대의 투자비율도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경제적 상황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답은 간단하다 보험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매력적인 상품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보험은 코인/주식 광풍 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장급부가 다변화된 사회에 맞춰 발전되지 못했기 때문에 다양한 리스크에 대응하지 못한다.


참조 : 밀레니얼 세대의 보험 가입(보험연구원 보고서)

참조 : 투자자 60%가 2030 세대… 비트코인, 소액으로 장기 투자하세요



문제 정의하기

한마디로 정의하면 "사용자 저관여 상품의 추상적인 상품과 설계사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보험산업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 저관여 상품으로 상품에 대한 애착이 생기지 않는다. 자신의 개별 상황과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 설계사 없이 사용자들이 상품을 이해하기 너무 어렵지만 그렇다고 MZ세대가 설계사를 신뢰하지도 않는다.

- 보험상품이 다른 상품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고 가치가 추상적이다. 

-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보험이 믿을 수 있는 상품인지 모르겠다.



다음 글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본 경험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