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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계란 Sep 29. 2019

29. 치열하게 산다는 것

2018년 가을, 세 번째 학기는 치열하고 또 치열했다. 대학원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가을이었기 때문에 무엇을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도 않았고, 수줍어하거나 낯설지도 않았다. 단지 바쁘고 바쁜 삶이 매일 쳇바퀴처럼 돌고 돌았던 때였다. Organic geochemistry, Environmental communication, GIS 총 9학점의 수업을 듣고, 1학점의 research literature 수업으로 지도교수님과 매주 미팅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 작년과 똑같은 Mineralogy TA를 해서 많은 부담은 없었고, 이미 1년을 보냈던 곳이기에 많은 것들이 새롭지는 않았다. 지도교수님과는 3월부터 스카이프 미팅만 하다가 처음 직접 만났었는데,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데이터 수집을 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과외를 하나 했었는데, 한 수업이 끝나면 중간에 정신없이 다녀와 저녁 수업을 가곤 했다. Environmental communication은 온라인 수업이었기 때문에, 일요일은 하루 종일 숙제만 하다가 시간이 다 지나가곤 했다. 물론 수업을 가지 않아도 돼서 좋았지만, 매주 페이퍼를 읽고, 에세이를 쓴다는 것 자체가 참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해, 운전하면서 끼니를 때우고, 빈틈없는 하루하루들이었지만, 이겨낼 수 있었다. 왜냐하면 딱 하나, 내년 이 시간에 내가 여기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때문 아니었을까. 





역시 리서치를 시작하니, 매일매일 굉장히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논문을 읽어본 적도 없고 물론 어떻게 찾는지도 모르고 대학원에 입학했던 내가 수많은 논문을 읽고, 통계프로그램을 배우고, R software를 다루는 등 그 모든 것이 참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졸업까지 남은 시간은 채 1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은 조급했고, 내가 과연 옳은 선택을 한 것인가 매일 의문이 들었으며, 논문을 쓰지 못한다면, 졸업 시험을 보고 졸업하는 옵션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참 뒤숭숭했다. 조급한 만큼, 열심히 했고, 여기저기 물어봤으며, 집중했던 듯싶다. 10월 중순,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학회 가을 미팅의 장소였는데, 처음으로 Abstract을 제출하고 포스터를 발표하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포스터 발표를 준비하느라, 쉽지 않았지만, 대학원 생활 중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 여겼다.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한다는 것, 그리고 잘 몰랐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의 연구를 소개하는 것,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듣는 것 그 모든 것이 재밌었다.  





10학점의 수업과 함께 리서치를 하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비록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의 학생의 삶은 마치 고3을 돌이켜보듯이 하루하루는 길고 힘들었지만 내게는 1년 후 졸업이라는 그 무엇보다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고,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게 11월이 되었고, 정신없이 달려온 삶 속에 많은 지침을 느꼈다. 중국인 지도교수님은 내가 있든 말든 중국어로 말했고, 그룹 중 유일하게 중국인이 아니었던 내게는 그 시간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왔나, 중국으로 왔나 헷갈렸지만, 내가 감히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것 또한 익숙해졌다. 시키는 것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그만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고, 마음 한편이 참 허하고 외로웠다. 대학원 생활이 참 지긋지긋했고,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이 너무 싫어, 학교에 도착해서도 차에서 내리는 것이 싫어 차에서 2~30분을 보내기 일수였다. 힐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 생각 없이 땡스기빙 휴일에 샌디에이고에 가는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다. 오랜만에 가는 혼자만의 여행이었기에,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갈까 말까 더 망설여졌다. 피로가 쌓여있어서 가지 말고 잠이나 자며 땡스기빙을 보낼까도 생각하였지만, 가서 호텔에서 잠만 자지라는 심정으로 공항으로 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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