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 디르함 Dirham
트럼프의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 수도 공식 선언으로 각국 언론의 국제부는 다시 중동에 집중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중동은 절대 왕권이나 독재 정권 혹은 테러 집단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중동에 있으면서도 다툼 없이 잘 사는 나라 모로코가 있다. 모로코는 어떤 면에서 여타 국가들과 다르기에 잘 살고 있을까? 필자는 그 해답을 모로코 화폐를 통해 찾아보려 한다.트럼프의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 수도 공식 선언으로 각국 언론의 국제부는 다시 중동에 집중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중동은 절대 왕권이나 독재 정권 혹은 테러 집단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중동에 있으면서도 다툼 없이 잘 사는 나라 모로코가 있다. 모로코는 어떤 면에서 여타 국가들과 다르기에 잘 살고 있을까? 필자는 그 해답을 모로코 화폐를 통해 찾아보려 한다.
모로코 현대화를 향한 박차, 국왕 무함마드 6세
각국 화폐는 그 나라의 정치, 문화 및 여행지를 소개해주는 일종의 홍보 팸플릿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로코도 마찬가지다. 모든 지폐 앞면에는 국왕 무함마드 6세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는데 기타 중동 국가들과 다른 특징이라면 국왕의 복장이 정통 아랍 의상이 아닌 양복이라는 점이다. 모로코는 화폐에서 읽을 수 있는 메시지처럼 다른 아랍 왕권들과 비교하여 현대화를 가장 잘 이룬 국가다.
모로코의 현대화는 무함마드 6세가 왕위에 오른 후에 가속화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국내의 갈등을 해결하는 동시에 현대화에 집중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첫째, 모로코 제2언어인 베르베르어를 아랍어와 함께 공식어로 지정해 소수부족의 문화를 보호하는 정책을 펼쳤다. 둘째, 무함마드 6세는 자기 권력을 축소시켰다. 그 결과 모로코 국왕도 국회 과반수의 지지를 받은 총리를 의무적으로 지명해야 하고, 국회 해산권은 총리에게 있도록 했다. 이는 모로코가 약 4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왕권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굉장한 변화다.
100디르함 뒷면의 풍력발전 단지와 낙타 타는 사람들은 두 가지 의미를 나타낸다. 첫째, 낙타 타는 사람들은 모로코의 사막 문화와 베르베르인들을 소개한다. 베르베르인들은 지중해 연안부터 니제르 강까지 불규칙하게 분포하고 있는 아프리카 북부 지역의 원주민들로, 인구수는 약 2천만 명이 넘는다. 그들은 유목민의 삶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고유 문자를 유지해 왔다. 베르베르인들은 모로코에 가장 많이 살고 있는데 몇 해 전 베르베르어가 공식어로 인정받으면서 이제는 베르베르어 글자를 공식 간판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모로코의 전통과 현대의 조화다. 모로코는 다른 중동 왕권들과는 달리 석유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와 에너지 문제를 서양식 산업화를 통해 잘 극복해가고 있다. 100디르함 뒷면 모로코의 풍력발전 단지는 중동에서 가장 발전한 단지로 각국 풍력발전 상위 30개국 명단 안에 들어간 나라 중 모로코만이 유일한 중동 국가다.
한편 현대화를 성공적으로 일궈가고 있는 모로코는 자신의 전통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100디르함 뒷면의 낙타 타는 사람들은 모로코가 자신의 사막 문화로 자랑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모로코는 현대화를 추진함에 있어서 보수적인 반응을 잘 관리하고자 특히 종교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현명한 전략을 펼쳤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디르함 뒷면에 보이는 하산 2세 모스크다.
아랍 문화와 프랑스 건축의 용광로, 카사블랑카
국왕 무함마드 6세의 아버지인 하산 2세는 모로코의 가장 큰 도시인 카사블랑카에 세계 최대 모스크 건설을 지시했다. 실내 2만5천 명, 실내외를 더해 8만 명이 동시에 예배할 수 있는 하산 2세 모스크의 미나레트(minaret)는 200여 m로 세계 최대 높이를 자랑한다. 또한 20디르함 뒷면의 하산 2세 다리는 수도 라바트에 있다. 그러나 모로코라고 하면 사실 수도 라바트보다는 카사블랑카가 먼저 떠오른다. 왜냐하면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프랑스 예술가들과 자본가들이 집중적으로 발전시킨 카사블랑카가 20세기 초 전 세계적으로 ‘건축의 도시’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많은 관광객들이 아랍 문화와 프랑스 건축 양식을 함께 보고자 수도 라바트보다는 카사블랑카를 방문하고 있다.
모로코에서 반드시 탐방해야 하는 또 다른 곳은 200디르함에서 케이프 스파르텔 등대가 있는 탕헤르다. 탕헤르는 현재 카사블랑카에 이어 제2의 공업 도시이자 아프리카에서 유럽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지정학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언급된 곳으로 헤라클레스가 맨손으로 바위를 깨고 지중해를 빠져나간 장소다.
마지막으로 50디르함 뒷면의 오조드 폭포는 110m에 육박하고 모로코의 옛 수도인 마라케시에서 150km 북쪽에 위치해 있다. 모로코에서 절대 놓쳐선 안 될 명소 중 하나로 올리브 나무가 가득한 자연을 즐길 수 있고, 이곳에 살고 있는 베르베르인들도 가깝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