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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al Mar 02. 2022

전쟁이란 거울에 비치는 얼굴들

꼴 보기 싫다는 이야기

지구에서  사람과 그의 추종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화가 나고 참담하고,  인류는 이렇게까지 발전해오는 동안 전쟁을 피하지 못하는지 이유를 너무  알면서도 그저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리비우에 머문 시간이 잠시나마 있어 낯설지 않고 곳 사람들의 러시아에 대한 감정을 잠깐 접해볼  있었어서인지 태어나서 들은 어떤 전쟁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같기도 하다. 이제야 제대로 보이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냉전의 의미를 이해해가는 중이라,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함께  국제적 긴장감이 주는 불안감이 더욱 직접적이게 느껴진다. 폴란드로 망명하던 도중 징집의 대상이  아이 아빠가 가족과 떨어져 전쟁에 참여하러 간다는 뉴스는 Faschingdienstag / Fat Tuesday라고 도넛을 사러 나간 길에 듣기엔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아빠가 되는 남동생이 생각났고 이기적인 대입 이후에야 상황이 이해된 나도  별로였다.


전쟁에 대한 칸트의 이야기가 생각나 정확한 문구를 찾으려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다가 칸트의 전쟁에 대한 입장이 수능 모의고사에 나왔다는 내용을 봤고 단순 비문학 지문이 아니라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했던 윤리 과목 문제라 깜짝 놀랐다. 그 모의고사를 봤을 친구들이 아마 지금쯤은 대학 졸업에 가까울 나이일 텐데, “좋은”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보는 이들의 모습은 저 문제에 제대로 답을 했을 지식수준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아무튼 칸트가 생각났던 건 전쟁을 일으킨 자 말고 누구도 득이 없는 이 쓸데없이 해로운 상황에 대해 현자가 정리해준 말을 찾아 대신하고 싶어서…였는데, 수능용 요약들만 쭉 나와있어 포기했다.


자신의 일이 아닌 경우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해맑게 속내를 드러내는 무지몽매한 백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나(제발 말하기 전에 생각 좀…), 다짜고짜 대통령의 자질을 문제 삼아 지맘대로 테이크어웨이를 챙기는 국내 대선후보를 볼 때나(대통령 자질로 전쟁이 났으면 우리나라는 남아나질 않았을 거다), 키보드로 국제 정치 평론하며 말꼬리 잡아가며 한가한 소리 하는 가방끈 긴 수많은 사람들을 볼 때, 인간 참 싫어진다. 코인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제발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이렇게 결국 쓸데없는 말 하나 더 보태는 나도 마찬가지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잠들기 전 기도를 하고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를 하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사람들이 쉽게 끼적이는 말에 괜히 상처받고 인류애 잃지 않게 정보가 들어오는 채널을 줄여보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터전을 잃기 전에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인간 참 별론데 인간에겐 인간이 유일한 희망인 점이 슬프면서도 믿는 구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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