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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al Mar 05. 2022

리스크 관리와 위험감지센서 (2)

쓰다 보니 기시감이 들어서 찾아보니 역시나

매우 피곤한 한 주였는데 이를 좀 정리해보고자 결국 따지고 보면 험담인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겠다. 같이 일하는 다른 팀 동료가 있다. 우리 본부/부서는 같은 오피스에 근무하는 사람만 약 40-50명이 되는데 그중 외국인이 남미에서 온 이 동료, 북미에서 와서 20년 넘게 여기서 살고 있는 다른 아저씨 동료, 그리고 아시아에서 온 나뿐이다. 이 동료는 이미 독일어를 잘하고 영어보단 독일어가 편한 것 같다. 처음엔 또래기도 하고 여자기도 하고 비슷한 시기에 입사를 해서 그래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일이 아니어도 나에게 이런저런 독일어 조언도 해주고 해서 고맙게 느끼고 있던 상대였다.


그런데 미국팀에서 리드하는 프로젝트에 내가 서포트로 들어가게 되고 이 동료가 유럽 지역 담당을 하게 되면서 업무를 같이 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너무 프로젝트 컨셉도 모르고 데이터 분야에 감이 없는 듯해서 도와주고 설명도 따로 해주고 했다 (복선 1). 저 미국팀 리드가 좀 불통의 아이콘이라 여러 사람들이 이 분과의 대화를 안 달가워해서, 중간에서 원치 않게 풀어 설명해주며 범퍼 역할을 해주곤 했었다. 영어 문제는 아닌데 그냥 인간 자체가 친절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캐릭터고, 많은 독일팀은 그게 영어 문제인 줄 알고 그냥 자기가 못 알아들었나 하는 거 같고, 그리고선 엄한 나한테 와서 질문을 과하게 하거나 내 상사한테 와서 불평 겸 에스컬레이션 하고 감 (복선 2, 이거 분명 내 잘못ㅠㅠ 우리 상사도 포지션이 참…) 그런데 거의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프로젝트 이해도가 너무 낮고 매번 설명해주면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굴어서 슬슬 뒷목을 잡는 일이 많아지고 있었다(복선 3). 여기까지도 오케이, 근데 이러다가 새로운 사람들이 있거나 높은 직급의 사람이 한 명이라도 끼면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말을 하니 또 속이 터지는 거다(복선 4). 여기까지도 그래… 잘하고 싶은가 보다 싶어서 굳이 나한테 피해만 안 주면 옛다 가져가라 하는 마음으로 그냥 두었다.


그런데 뚜둥 이번 주! 지금 이 프로젝트 유럽 지역이 진도가 다른 지역 대비 너무너무 느린데 분명 내가 문제는 너네 매니지먼트의 의사결정 및 탑다운 방식의 추진력이 부재하다고 여러 번 설명해주었는데, 그게 마치 내 쪽에서 개발을 더디게 하여 늦은 걸로 의사소통을 해온 것. 어차피 내 주 업무가 아니니 나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갑자기 느무느무 괘씸해서 여럿 들어온 미팅에서 하나하나 반박해서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주었다. 여태까지 같이 미팅을 한 시간만 합쳐도 30시간이 넘는데 지금까지 내가 기본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그리고선 다시 메일로 더 이상의 질의응답은 내 업무가 아니니 미국팀 리드한테 말하라고 하고선 cc로 그를 넣었다. 다른 팀으로 만나면 진상인 미국 리드지만 이런 상황에서 내 편이면 너무 편하고 믿음직한 분이니 가볍게 토스.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왜 나는 그걸 제때 못 알아차리고 이렇게 끝까지 와서 지저분하게 해결하고 있을까. 나의 어떤 점이 저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이용할 만하게 보이는 걸까. 이게 사실 처음은 아닌 게, 한국에서 일할 때 나보다 늦게 들어온 차장이 도대체 아는 거 없으면서 너무 아는 척을 해서 매번 그거 아니라고 따로 미팅룸에 불러서 알려주곤 했는데 그 배려를 이해를 못 하고 자꾸 뒤통수를 쳐서 화가 많이 난 어느 날 오픈된 오피스에서 선배 꼽 무지하게 준 후배로 남고 말았다. 그리고 전 회사에서도 한 팀 전체가 그렇게 내가 한 걸 자기들이 한 것처럼 말하고 다녀서 제법 먼 거리의 동료가 찾아와서 그거 내가 한 일이라고 정정하고 다니기 너무 바쁘다고 알아서 좀 잘 챙기라고 말해준 적도 있었다 (이 분도 사실 좀 오지랖인데 나 이직한다고 했을 때 이해관계없이 순수한 마음에 진심으로 아쉬워해줘서 나름 고마웠다). 아참, 기억해보니깐 지금 회사에서 이렇게 당한 적이 한번 더 있었다. 이쯤 되면 문제는 나에게 있는 것인가…

https://brunch.co.kr/@asyoulikeit/44



공과  구분이라는   친구와 동료   구분을 제대로 하라는 것뿐 아니라, 사적으로 선한 사람이고 싶은 나의 가치관을 굳이 일에서 선을 베푸는 걸로 적용하지 말라는, 일은 주어진 범위 내에서 법과 규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정확하게 + 탁월하게 해내는 것도 함께 의미하지 않나 싶다. 너라고 항상 일을 잘하는 위치에만 있을  같냐, 그리고 너도 정말 일을 잘하냐 같은 질문을  수도 있겠지만 1) 나는 언제나  능력이 좋게 평가받을  있는 조직을 골라서 일하고 있고 (무리하게 경쟁하는 곳에서 일해본  없음ㅋㅋㅋ 항상 chill), 2)  기준에 합당한 성과를 내기 위해 자기 계발을 항상 한다. 내가 잘할  있는 일을 선택해서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없는 일을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고,  갭을 타인을 이용해 채우는 사람들을 좋아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부족해서 고생하는 사람들은 의심 없이 도와줄  있는데  의심 없는 마음이 독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는 . 이런  성격의 장점은 높은 직급은 내가 안쓰러워할 일이 없어서 의견을 제시하는   어려움이 없다는 . 근데 이것의 단점은 결국 위치로 선의를 결정한다는 점. 이것도 차별인가, 아니면 약자 트리거인가.


근데 이게 또 화가 나는 게 내가 왜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 때문에 변해야 하냔 말이다. 이 비슷한 이야기를 지금 상사와 한 적이 있는데, 강한 쌈닭 캐릭터도 좋긴 한데 평화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나면 그냥 그것도 캐릭터로 밀고 나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고. 오래 걸리고 걸림돌도 많지만 방향은 흔들리지 않을 테니 그것도 방법이긴 하겠네, 하고 말을 줄인 적이 있었다.


적고 나니깐 뭔가 짜증은 해소된 것 같다. 한 번씩 이러고 나면 박사과정 길게 하면서 이런 갈등 모르고 산 사람들이나 그냥 주어진 업무 열심히 파는 엔지니어들이랑만 일하고 싶어 진다. 요즘 자본주의형 성공 세포가 도덕은 법 어기지 않는 수준까지 내려놓고 주울 수 있는 건 다 주워 챙겨보고 팔 만한 건 다 팔아볼 마음가짐인데, 나는 그 어느 것 하나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물론 그걸 원하지도 않아 참 다행인데, 가끔 내 평온한 앞마당에 불쑥 쳐들어오는 사람들로 매번 고요함이 깨뜨려진다. 다음에 또 당하는 순간이 안 왔으면 좋겠지만, 혹시나 또 당하면 얼마 주기로 이렇게 당하는지 모니터나 해봐야지. 아참, 이 모든 건 철저히 내 입장임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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