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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al Jan 29. 2023

2022년 38번째 - 2023년 4번째 주

부재의 퉁

제목을 적고 나니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꾸준함은 쌓기가 힘들지만 잃기는 한 순간이구나. 그래도 클린 슬레이트는 필요하니깐 이렇게 부재를 하나의 포스팅으로 퉁 치려고 뭐라도 적어보려고 한다. 정확하게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재밌게 봤던 영화나 드라마, 마음에 계속 울리는 책의 문장들, 새로운 걸 경험했던 여행지들이 시간의 X축의 좌표를 찾지 못해 둥둥 떠다니기만 한다. 물론 일기를 찾아 읽으며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그냥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나간 일들이 생각나다면 같이 끼워넣어 보기로. 



현재 직무와 동료들에 대한 불만족이 늘어가면서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졌고, 회사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분야 매니저들과 이야기하게 될 기회가 생겼다. 내 소개를 하고 그들은 그들의 업무 분야를 설명해주고, 한국말로 흔히 안면을 트는 그런 네트워킹. 그러다가 만난 분이 하이어링 매니저로 있는 내부 구직공고를 보내주며 관심있으면 도전해보라고 해서, 와이낫하고 지원을 했다. 진행과정이 길었지만 긴 이야기를 짧게 하자면 나는 그 자리에 뽑히지 못했다. 다른 대륙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자리인데다가 리더십 포지션이라 여러모로 고민할 게 많았다. 

이 일과 동시에 내부에서 일하다가 갈등을 빚는 사람들이 제법 생겼고 이유를 생각해보니 내가 드디어 내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 일을 push back하기 시작해서고 의외로 많은 만년 individual contributor들의 일하는 방식이 나와 맞지 않아서였다. 예를 들면 해결방식을 제시하지 않고 이게 왜 자기 잘못이 아닌지를 긴 이메일로 서술한다든지, 프로젝트 리드를 그저 품질과 상관없이 체크, 체크, 체크하고 클로징하려고 한다든지, 동료 IC들에게 제대로 업무 분담을 지시하지 않고 애매하게 룸을 둔다든지 하는 것들. 이 두 이벤트들로 인해 알게 된 건 나는 저런 IC로 나이들고 싶지 않다는 점, 적어도 스페셜리스트가 된다면 주니어들에게 분야 전문가로서 충분한 가이드와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싶다는 점, 살아가는 곳의 날씨가 중요하고 나는 춥고 긴 겨울보다 습한 여름 날씨를 안 좋아한다는 점, 아직 독일에서 독일어로 업무를 하며 진짜 "독일 직장생활"을 한 건 아니니 아직 도전을 좀더 이어가고 싶다는 점. 그렇다, 나는 이곳에서 약한 잽을 엄청 쉴새없이 맞고 있지만 그럼에도 파이터다.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어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일하는 분위기에도 정확한 선호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가족같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지만, 나는 일하는 사람들은 일로 오피스에서 보고 싶다. 스몰톡도 적당히 공유할 수 있는 선을 지켜 나누고, 자식들의 멘탈 이슈나 옆팀 보스의 이혼 같은 소식은 (thanks for sharing, but) 굳이 일하는 사이에선 몰라도 되는 이야기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그런 가십들이 돌아다니는 곳에서 내 이야기가 보태지는 것도 달갑지 않다. 코로나로 재택하는 와중에 이 직무를 시작해서 많은 동료들이 그저 사이버 동료들이었는데, 그들과 이제 얼굴 맞대며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게 또 스트레스다. 특히 집중을 요하는 일을 하고 있어 쓸데없이 끼어드는 소음들과 간섭이 있는 오피스에 가야 하는 게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나는 안티소셜이 아닌데... 그리고 내 경험상 나는 사람들과 친해지면 일이 늘어난다. 이 부서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내가 뭘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는데 내가 뭘 하는지 알기 시작하면 자꾸 나한테 문제들을 가져오고 그러다 그런 것들이 일이 되기 때문이다. 휴...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라는 권고가 영 내키지 않고 이직을 하라는 또 다른 사인으로 인식된다. 

어찌 되었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배웠고 다음 스텝에서는 그걸 만족시키는 결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과 건강한 거리감을 두는 법 배우기, 회사와 상관없이 내 분야의 커리어 탄탄히 쌓아가기, 각 단계에서 얻고 싶은 거 확실히 얻으며 성장해나가기 - 요게 올해의 목표다. (내일 코치랑 면담이 있는데 이거 준비해오는 게 숙제 :))



12개월 간의 키워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친구들과 함께 재밌는 시도를 했다. 2023년에 원하는 키워드들을 12개 적어서 매월 뽑은 다음 그 키워드에 맞춰 살아보는 것. 내 1월은 CLEAN이었다. 업무 시작 전에 청소하기, 요가 꾸준히 하기 + 명상 시작해보기, 알콜 브레이크가 내 액션 아이템이었고, 알콜 브레이크를 브레이크한 생일 주간ㅋㅋㅋ이 있었지만 오늘부로 다시 활성화된 브레이크를 제외하면 아주 성공적인 1월이었다. 그리고 생일 이후로 다시 스트리밍 서비스를 끊었으니 산만함도 이렇게 청소해기로. 한 친구는 confront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서 서로에게 kudos해주고는 2월을 기대하기로 했다. 

어제 만난 김에 creative outlet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했고 이게 없다 보니 가장 좋은 에너지와 두뇌의 시간을 일에 쓰는 게 너무 낭비라는 이야기도 같이 했다. 쓰고 그리고 음악을 하고 몸을 쓰는 그런 시간들을 통해 창조해내는 것을 꾸준히 해줘야 하는데, 넷플릭스로 그저 불편한 마음과 생각들을 그냥 numb down시켜 버린다든지 아니면 drink up해버린다든지... 아무튼 다시 돌아왔으니 다시 꾸준히 써보며 reflect하는 그런 삶을 열심히 살아보고자 한다. 하지만 Igor Levit을 듣고 와서 꿍꽝대는 내 키보드를 참아내는 노력이나 레이먼드 카버를 읽고 나서 뭘 적어보려는 용기 같은 건 여전히 쉽지 않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 하나는 그게 바로 취미조차 성과+이익의 관점에서 보는 자본주의적 생각이니 어여 버리라고 해주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부재의 퉁은 이렇게 짧았네. 그 사이 브런치와 나는 다시 서먹한 사이가 되었나보다. 다시 수다스러워지려면 좀더 자주 봐야겠다 :) 재밌게 읽은 책이나 영화 같은 것들은 격주정리와 별개로 간단하게 정리해보는 글을 더 자주 써보려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이나 분야에 대해서도 좀더 사적인 글을 써보고 싶은데... 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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