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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n Oct 02. 2020

건강한 대한민국을 기대한다면 인도를 시민에게 돌려줘야


우연히 국민체육진흥공단의 K-SPO 광고를 보게 되었다. 국민건강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스포츠를 즐기자는 내용이었다. 몇 년 전에 한국 체육대학의 관계자와 나눴던 국민건강증진 프로젝트에 관한 대화도 떠오르고 해서 반갑고 좋았다. 광고 내용에 관해서는 완전히 원론적인 것이어서 아무 전제 없이 동의하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걸 굳이 공익광고로 만들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 사회가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접근성이 그리도 떨어지던가? 스포츠, 건강을 위한 운동은 우리의 일상 속에 녹여진 자연스러운 하루 활동 중 하나여야 하지 않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특별한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걷기를 쉽게 떠올린다.


과거 내가 하루에 얼마나 걷는지를 만보계로 확인한 적이 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출근했다가 밤 11시가 다 되어 귀가할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을 깨어 활동했다 생각했는데 만보계의 숫자는 고작 500을 넘지 않았다. 집에서 엘리베이터, 주차장, 차량으로 목적지까지 이동, 다시 엘리베이터, 사무실, 중간에 가끔 화장실이나 회의실을 가는 것이 전부였다. 식사도 미팅을 겸한 자리가 아니면 자리에서 간단히 해결하거나 혹은 외부 식당에서 미팅을 겸하게 되니 그 역시 차량으로 이동하는 거라 크게 걸을 일이 없었다.


반면 요즘은 의식적으로라도 걸으려고 노력하는데 과거에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이 눈에 띈다. 그중 제일 놀랐던 일이, 세상에나!!! 인도의 폭이 너무도 좁은 거다. 한 사람씩 줄을 서서 걸어야 할 만큼, 어느 곳에서는 마주오는 사람을 피하기도 어려울 만큼 좁은 인도의 폭과 비교해 과거 인도의 몫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공간이 차도로 바뀌어 몇 개 차선이 된 것을 바라본다.


도시의 길이 온통 사람중심이 아니라 차량 중심이다.


길을 걷다가 의도치 않게 부딪히게 되는 우리네 이웃을 만나는 기쁨, 사유를 겸한 산책, 우연히 무언가를 발견하는 새로움, 배려가 포함된 안전 등 공존하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공생의 여유를 잊는다. 모두가 차량을 갖고 목적지와 목적지 사이만을 오가며 우연한 발견과 사람들의 온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람의 삶이 계획대로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그 계획이 완벽하지도 않은 것인데 불구하고 모든 것들을 우리의 통제 하에 두려 애쓰면서 우리의 삶을 너무 목적지향으로 살고 있지는 않았나 돌아본다. 길만 살펴도 상권의 형성 양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감성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동안 너무 교감 없이 살지는 않았던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도시에 사람만이 쏙 빠진 느낌이다. 사람의 향기가 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 행정은 선택이 아니다. 복지는 옵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국민건강을 위해 다른 것보다 우선은 시민에게 인도를 돌려주고 길의 흐름을 사람의 속도로 맞춰주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리적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정서교류를 포함한 정신건강, 나아가 감성의 풍성함으로 채워지는 도시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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