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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Jul 28. 2021

서울을 톺아보다

다시 서울


어쩌다 보니 다시 서울
어쨌든 다시 나는 서울


가끔의 지루함은 있지만 밉거나 싫지는 않다. 가방 장사를 위해 막 상경 5년 전과 비교하면 즈려 밟기조차 황송한 서울 땅값이 야속할 때가 있 하지만 그런 마음은 한 번이면 그만이다. 벌써 햇수로 7년이 되었으니 정이 붙은 것도 같은데, 오랫동안 살았던 고시촌을 떠나온 이 도시는 남처럼 느껴진다. 그런 걸 보면 유난한 정은 아닌 듯도 하다.


여행 가방을 만드는 사람의 시국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 일을 따라 잠시 시골살이를 할 뻔했는데, 어쩌다 보니 일을 따라 다시 서울이다.


너무 데면데면하게 지냈던 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서울을 톺아보기로 했다.




 


한강


나는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를 나왔다. 교실까지 걸어서 단 1분, 자습실에서 방까지는 20초, 공부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다. 덕분에 우리는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열두시가 가까워 올 때까지 자습을 해야 했다. 그 결과로 그럴듯한 간판 하나 내걸었으니 분명 고마운 이긴 하지만 사람 할 짓은 못된다.


그 사람 할 짓 아닌 것을 어떻게든 해내기 위해 대부분의 친구들은 규칙적인 일탈을 생활화했다. 역시 예외는 아니었. 자습 시간에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찾는 바다, 가끔 가는 PC방 참으로 소중한 낙이었다. 학교에서 삼십 분 남짓면 영일만이 한눈에 들어오백사장을 걸을 수 있었다. 파도가 흩어지는 소리와 소금기 비릿한 바람에 이런저런 생각을 씻어내고 나면 그런대로 며칠은 학교가 다닐만했다.


한강을 따라 걷다 보면 가끔 그 시절의 감상이 겹친다. 이 녀석이 서울을 흐르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장사꾼의 습관으로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반포대교의 물줄기를 보면서 그놈의 시국 타령 더 이상 안 해도 되려나 기대를 잠시나마 품었는데,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집도 많으니 만들어내는 빛의 양도 많고 형태도 다양하다. 긴 시간을 들여 그 궤적을 쫓아보았다. 서울빛은 아름다.



개와 고양이


정말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네 강아지. 귀여움은 여전하다. 그리고 여전히 나를 좋아해 줘서 고맙다.




인사동


간만에 찾은 인사동, 내린 적막이 유난히 무겁고 어둡다.



목소리마저 텅 빈 거리에 네온사인만 분주하다.


         

지난하고, 지난하다.



구름


흥미 붙일 것 마땅치 않은 요즘이다. 그나마 있다면 매일 다른 구름을 잣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것 정도.




석양



일상


내리는 비행기를 는 마음이 이렇게 어색할 수가 있을까. 일상이 아니었던 것 같은 생경함마저 있다.



화물기만 오가는 인적 끊긴 공항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은 서글펐다. 조금 많이 서글펐다. 톺아본 서울의 끝에 빼앗긴 일상이 있어서 씁쓸한 마음도 있다. 하루빨리 흘러간 과거가 되어라. 지나간 일상이 돌아오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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