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온갖 상념과 감상이 홍수와 같이 밀어닥친 하루였다.
하루의 시작은 조금 우울했다. 나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해보이는 펀딩. 다시 관심을 불러올 방법을 고민해보지만 마땅찮다.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여 어찌 할 바를 모르는 채로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다, 전날 아는 형께서 조언해주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보려고 조금 끄적거리다 이내 고개를 젓는다. 도무지 하얘진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채워지지가 않는다. 여자친구의 추천으로, 그나마 마음 편히 끄적일 수 있는 위키트리에 회원가입을 하여 홍보 기사라는걸 써본다.
점심은 밥알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대충 뱃속에 우겨 넣고는 신설동으로 향했다. 원단 시장에서 급하게 볼일을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바짓춤에서 울리는 진동. '1인창조기업마케팅지원사업 서면 평가 결과를 확인해주십시오.' 결과는 낙.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의 마케팅 팀장님 말씀처럼 내려가는 때는 반드시 오겠거니 생각은 하였지만 현실을 마주하는 것은 생각보다 조금 더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는 종로3가에서 만난 고향 친구. 아침 비행기를 타고 포항에서 올라온 친구놈이다. 빈대떡을 먹으며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생각이었냐는 친구의 물음에 예상치 못했던 고마움이 찾아왔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끝에는 실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다.' 그렇게 말하며 무심결에 처음 시작하던 때를 상기하던 순간, 지금 내 주변에 놓인 것들을 돌아보니 사소한 것 하나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작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접하게 되었다며, 다음번 출강하는 자리에서 오늘의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고 고마워하던 친구를 나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일정이었던 미국 판매 협의를 위하여 선릉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 페이스북 알림이 울린다. 한 여성분은 생일 선물로 가방을 받게 되었다며 너무나 즐거워하셨고, 어느 여성분의 담벼락에는 내 가방을 소개하는 글이 너무나 정성스레 써져있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3시간에 달하는 긴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아직은 내가 타기에는 이 급류가 조금 버겁기도 하다. 물에 빠지지 않으려 한 치 앞만 보고 정신없이 젓는 노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있음으로 하여 조금씩 이 노젓기가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춘천에 살고 있는 보고싶은 지인의 다정한 조언과 같이, 매일 차근 차근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