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한 두 방울 쏟아지던 빗줄기가 아침이 되니 제법 굵어졌다. 일어나자마자 생산 전 패턴 및 품질 확인 차 제작한 샘플을 가지러가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방은 '양천가방협동조합'의 조합 이사장님과 이사님 한 분께서 만들어주고 계신다. 가방 생산 경력 30년 이상의, 그야말로 장인. 그분들의 손에서 탄생한 가방은 잔뜩 높아버린 나의 기대치를 훨씬 넘어선다.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절대로 혼자 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에 참 많이 주변 분들을 귀찮게 했는데, 언제나 응답해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남발하는 것 같지만, 정말 그렇게 평생을 두고 갚아도 모자랄 빚을 한아름 안고가는 중이다.
어제는 '진수감독님'을 만나뵈었다. 대학내일의 '유니파일러'라는 대외활동을 할 당시 그 활동의 운영을 총괄하는 매니저와 같은 분이셨는데, 현재는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소장으로 계신다.
간만에 찾아뵈었으나 언제나처럼 반갑게 맞아주신 감독님께서는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시작이 산뜻한 것은 축하할 일이나, 아무런 사족 없이 제품만으로 평가받게 될 앞으로의 트래블러스 하이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과, 사업을 꾸려나가며 마주쳐야 할 수많은 굴곡을 지금까지 보아온 박인혁이라는 사람이 잘 소화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는 것.
이외에도 아주 많은 대화가 둘 사이에 오고갔으나 무엇보다 위의 두 이야기는 평소 스스로도 많이 인지하고, 한편으로는 걱정하던 부분이었기에 폐부를 찌르는 듯 하였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한동안 이 길을 계속 달릴 것이다.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잘 닦여진 트랙을 달리고 있지만 언젠가 비포장 도로도 나타날 것이고, 길이 끊긴 지점도 나타날 것이다. 마라톤으로치면 이제 2km쯤 오지 않았을까 말씀하신 감독님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유니파일러 활동을 같이 한, 길게 보는 법을 깨우쳐가야 한다던 친한 형의 목소리도 같이.
남은 40km를 어떻게 달릴지 생각해본다.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나에게 앞으로 펼쳐질 여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금 더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