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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모 May 22. 2017

널 이해하기

사랑하니까

알랭드보통의 <낭만적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상대를 다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


내가 어찌 너를 다 알겠어. 이제 겨우 1년인데. 나는 아직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습관을 갖고, 친구들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솔직히 네가 날 얼만큼 좋아하는지도 몰라.


그렇지만 나는 널 이해해보려고 해. 왜냐하면 네가 다 마음에 들지는 않거든. 쏙마음에 들길 바랐던 순간도 있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는 진즉에 집어치웠어. 그러니, 지금 너를 사랑하고 계속 이어가고 싶으니 이해해보려고 해.


너는 참 정직하고, 성실해. 부모님이 그런 분들이시니까. 그리고 나한테 요리도 참 잘해줘. 아버지가 요리하는게 낯설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네가 자란 환경이 참 좋아. 그런데 너무 가족애가 넘쳐나서, 너는 부모님을 너무 사랑해서, 내가 늘 우선순위는 아니야. 통금도 꼬박꼬박 지키잖아. 나는 네가 실수였는지 몰라도 내게 내뱉은 '나는 결혼해서도 어쩌면 어머니아버지가 더 우선일지도 모르겠어'는 아직도 잊지 못해. 그래서 너랑 결혼은 안할 생각이야.


또 너는 센스가 없어. 외동이거든. 부모님 두 분 다 직장생활을 하시는 와중에 외동으로 자란 너는 혼자만의 영역이 확실하지. 무언가를 선택할 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부터, 어떤 걸 해야 이 사람이 좋아할까,라는 깊이 우러나오는 배려가 없어. 나는 삼남매 중 맏이잖아. 내가 사랑한다면 당연히 했을 법한 행동들이 너에게 나오지 않는 것은 네가 외동이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해. 너의 것을 깊이 나누어본 경험이 없어서.


음,, 쓰다보니 알겠다.


나는 너를 이해해보려고 해도 소용이 없을 수 있겠구나. 너를 틀에 짜맞추고 내 안에 재구성하는 행위일 뿐이구나. 이렇게 이해해 보려고 해도 그건 네가 아니야.


이해할 필요 없이 받아들이면 될텐데. 이해는 받아들임의 필수선행과정은 아닐텐데.


나는 왜 그걸 못할까.


아, 내가 머리로 연애하려 해서 그런가봐. 어쩔 수 없이 네가 내 머리 속에 맴도니까, 네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불안을 제거하려고 애쓰다보니까, 이렇게 억지스러워지나봐.


애쓰지 말자.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그렇게 흐르는듯이 사랑하자.(하고 또다시 무언가 결심을 한다.)


2017.05.2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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