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헤어져야할까
연애를 하면서 정말 많은 순간 헤어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늘조차 너에게 서운한 점을 생각하며 헤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와 헤어지면 후회하지 않을까, 헤어져야할 이유, 헤어질 수 없는 이유를 생각했다. 그러다 내일 너를 만나면 느낌이 올 거라고, 애써 생각을 갈무리했다.
문득, 어떨 때 헤어져야할까 도저히 모르는 나를 보면서, 헤어진다는 것이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떨어지다, 분리되다 라는 뜻만 알고, 이 말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는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모른다는 것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모른다는 말과도 같다.
'헤어지다'와 '해지다'의 어원은 같은 곳이라고 한다. 무언가 상하여 쓸 수가 없을 때. 옷을 자주 입고 닳다 보면 우리는 옷을 보며 해졌다고, 새 옷을 사야겠다고 한다. 그렇다. 헤어져야할 때가 언제여야 하는지 알 것 같다. 그 사람을 대하는 내 마음이 닳고 닳아서 앞으로 쓸 수가 없을 때, 계속 쓰다가 내가 다칠 것 같을 때, 그 때 헤어져야 한다.
여태껏 헤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닳고 닳은 마음이 아니라, 단순히 그 순간의 외로움 때문에, 그 외로움의 원인은 본인이면서 상대방을 책망할 때, 순간의 상상으로 앞으로의 일들이 자신없고 두려울 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낼 뻔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다행히 이런 나의 마음을 잡아주어서 그 뒤에도 행복한 순간들을 함께 많이 만들었다. 그래서 헤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헤어지면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은 해질 대로 해진다. 내가 다시 붙잡는다 하더라도, 해져서 쓸 수 없는 마음으로 정말 헤어짐을 말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말이고, 돌이킨다 하더라도 흔적이 깊은 말이다.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이 사람과 나의 관계가 많이 해졌는지, 수선으로도 안되는 상태가 되었는지 말이다.
내 마음은 사실 조금 많이 해진 것 같다. 그래서 늘 그렇듯, 해진 나를 덧대어줄 큰 천과 재봉틀로 다시 튼튼하게 박음질해주길 바란다. 내 마음은 아무래도 순면 100퍼센트 마냥 해지기 쉬운 소재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