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모 May 11. 2018

이별한 지 3개월

이별과 사랑은 같이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너의 카톡 프사를 훔쳐보고, 너의 인스타를 훔쳐본다. 네가 근사하게 입고 어딘가에 있는 사진을 올리면, 이 사진을 찍어준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특히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면, 이 모습을 다른 누군가 본다는 것이 나를 아프게 한다. 너의 웃음은 그만큼 햇살같아서 따뜻하고 찬란하다. 그것은 나의 것이었고, 이제는 아니다.

사진첩에 너를 다 지우지 못했다. 메모리가 부족하다며 연신 경고를 날려대는 폰에 마지못해 너를 지워내지만, 이미 다른 곳에 있는 사진들이다. 나에겐 곳곳에 네가 많다. 지금 쓰는 폰, 다른 폰, 너와 찍은 인생네컷이나 스티커사진들. 네가 선물로 뽑아 준 사진들도 있다. 너의 다양한 표정들과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들이 기억 속에 있어도, 사진들로 남겨놓고 싶다.

나는 정말 미련하다. 너와 이별했지만, 너를 계속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아픔엔 어느 정도 무뎌졌지만, 그리운 마음은 여전하다. 너와 함께 하는 순간들이 아니라, 그냥 네가 그립다. 이제 연락할 수 없는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끄적이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하나 만들었다. 그 아이디는 예전에도 사랑의 말을 적던 계정과 같은 아이디로, 아마 네가 발견하기만 한다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너와 헤어진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계정에 글을 올리는 빈도수는 낮아지지만, 여전히 사진을 고르고 글을 쓸 때면 나는 너를 사랑함을 느낀다.

너와 내가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편지를 읽을 때가 있다. 너와 나는 서로의 여자친구, 남자친구 ㅇㅇ가 라며 편지를 끝맺었다. 우리 둘은 어떤 마음으로 헤어졌는지 아직도 가늠되지 않는다. 어느 하나가 큰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헤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나중에 시간이 흘러 우리가 다시 여유를 되찾고 서로를 배려해 줄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헛된 희망일까봐 이내 너와 나는 끝난 관계라고 스스로 되새긴다. 내 안에는 너를 사랑하고 있는 나와, 너와 이별한 내가 들어가있어서, 가끔 머릿속을 헤집어 놓지만. 나는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 너와의 연애로 내가 그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눈이 쌓였던 날 헤어져서, 그리고 나는 봄을 다시 보내자고 너를 붙잡아서, 추위가 쉬이 가시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런데 눈이 왔고, 5월인데도 우박이 떨어졌다. 이런 내 맘을 하늘은 아시는건지, 너와 나의 그때 헤어짐을 기억하는 추위는 아직 주변을 멤돈다. 그렇게 우리 조금만 더 춥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