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애정결핍이다
얼마 전 나는 내 남자친구의 바람을 목격했고, 암묵적으로 위태롭던 연애가 공식적으로 위태로워졌다. 나를 만나는 동안 소개팅 앱에서 만난 여자와 연락을 하는 정도였지만,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그런 연락을 했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깨기엔 충분했다. 그 사람이 보여준 이중성이 이전에도 있었을지 앞으로도 다시 있을지 모르는 일이기에 나는 앞으로 만난다 하더라도 불안해하고 나를 갉아먹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이런 경우에 헤어지라고 이야기한다. 당시엔 배신감에 눈물도 흘리고 웃길 반복하며 그만하자는 말을 했지만 나를 놓지 못하는 남자친구를 뿌리치지 못했다. 그 날은 우리의 일주년이었다. 최악이었다.
기념일의 저녁에 나는 두 장의 편지를 가져갔었다. 지난 일년간 많이 사랑했었다는 이야기 한장과, 이제 더이상 갈 수 없으니 그만하자는 이별편지 한장이었다. 사랑했다는 편지부터 먼저 주었고, 외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나는 이별편지를 주지 못했다. 그 뒤로도 나는 이별을 말하지 못했다. 내 눈앞에서 핸드폰만 잡으면 다른 여자와 연락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불편했는데도 헤어지지 못했던 것은, 내가 아직 이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정확히 모르겠다. 그 남자가 나를 안아주고 사랑한단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것이 더 필요했다고 말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더 최악이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고 싶어서 온갖 매체에서 나와 같은 경우를 다룬 컨텐츠를 보고 읽어댔으나 비참한 마음만 더해졌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인간의 마음’에 대해 조금 더 잔잔하게 다룬 책을 읽고 싶어 서점에 갔다가 윤홍균 원장의 <사랑 수업>이라는 책을 발견해 읽고 있다. 그 책을 읽고 있으니 내 남자친구가 애정결핍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어린시절 불안한 가정환경에서 안전지대의 부재를 느꼈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그리고 착한아이 증후군을 겪으며 자기연민을 느낀다. 공감능력이 점차 결여되고, 최후엔 일탈을 한다고 한다.
“일탈은 자극 강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뇌에 과부하를 불러온다. 결과적으로 곁에 있는 사랑을 지루하고 식상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평범한 행복이 진짜 행복이 아니라고, 익숙해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믿게 된다. 일탈에 취하면 뇌가 지치기 때문에 사랑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소통하는 능력이 전반적으로 줄어든다.” p173
남자친구는 앱을 했던 이유가 삶이 단조롭고 심심해서 자극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계속 매력적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한다. 내 남자친구는 애정결핍의 악순환에서 늘 사랑을 원했지만 정작 사랑을 주고 받을 능력이 안되어서 하던 사랑 조차 놓았다. 나는 앞으로 이 사랑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글을 써나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