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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이 Aug 31. 2016

가장 가까운 유럽, 반전매력의 도시로 떠나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100시간의 추억 No.12 여행후기 1편

 오랜 동안 러시아는 막연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러시아와 우리나라의 관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온 것도, 특별한 관심을 가질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님에도 그랬다. 그저 ‘예전에 러시아에 끌려갔던 동포들이 나라말을 잊을 정도로 동화 돼 살아가고, 국경 인근에선 북한 사람들이 외화벌이를 하러 나와 살고 있는 곳’이란 정도만 어렴풋이 알뿐이었다.


소련이란 이름을 가졌을 땐 지구상의 1/4이라는 땅을 소유했던 나라, 조각조각 나라들이 해체 된 뒤에도 세계 땅의 1/6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나는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와 가까운 곳, 블라디보스톡에 제일 먼저 가보기로 했다. 북한과의 접경지대, 한 때 발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역사의 한 부분을 장식했던 지역이다.


오래전 부터 준비한 여행은 아니었다. 모처럼 주말을 제외하고 앞뒤 이틀의 휴가가 생겼는데 너무 가까운 곳은 아쉽고 멀리 가기에는 비행시간이 부담 돼 타협지점으로 찾은 곳이 가장 가까운 유럽, 러시아로 당첨.  2014년 이후 한-러시아 간 60일간 무비자조약이 체결 되며 짧은 여행은 편히 오갈 조건이 마련되었으니, 이웃나라 국민으로서 한번쯤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한 몫했다.

블라디보스톡 시내의 쓰톨라바야 넘버원이라는 가게에 걸린 대형 지도. 색깔로 표시된 부분이 옛 소련의 영토.

러시아인에게는 아직 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짙게 남아있었다.


블라디보스톡은 연해주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지역이다.(연변은 중국, 연해주는 러시아에 있다) 엄밀히 보자면, 연해주와 블라디보스톡은 동의어가 아니다. 연해주는 하발롭스키, 우스리스크, 빨치산스키 등 여러 지역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자치구로, 블라디보스톡은 연해주에 포한된 한 도시이자 가장 남단에 위치한 지역이다. 러시아말로는  '동쪽을 점령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연해주는 1차 세계대전을 거치기 전, 중국 땅이었으나 조차를 통해 러시아가 차지하게 되면서 붙게 된 이름이다. 러시아 땅에서 비교적 덜 추운 곳으로 알려져 우리에게는 별칭 ‘얼지 않는 항구’로 알려져있다.


1860년부터 처음으로 자치구로 임명 돼 러시아 사람들이 살게 됐으며 2000년 무렵까지 외국인 접근 금지구역으로 정해져있었다. 러시아의 개혁개방 정책이 가속화 되면서 예전보다는 눈에 보이는 경계가 느슨해진 듯 보인다. 하지만 이곳은 국방 전략상 여전히 중요한 곳으로, 지금도 지역 내 자국민 인구를 늘리기 위해 이곳 주민들에게는 국가에서 땅을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유인책을 쓰고 있다.


러시아에 가기 전에 제일 걱정한 것은 언어였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서였다. 상식적으로는 호텔쯤 되면 영어로 얘기가 되야 하는데 블라디보스토크는 호텔평에 '점원들이 영어로 말을 할 수 있어 좋았다'라는 얘기가 달려있었다. 그래서 2주간 벼락치기로 러시아어 공부를 했는데 목적이 분명해서인지 예상보다 진전이 있었다. 출발할 때 쯤에는 키릴어를 그럭저럭 읽을 정도. 외국어 벼락치기라니... 스스로도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었는데, 러시아에 도착해서는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러시아에도 영어와 유사한 발음으로 쓰이는 문자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러시아어로도 화장실은 '토일렛', 식당은 '레스토랑'으로 발음한다. 반면 표기는 전혀 다르다. 키릴어에는 알파벳과 모양이 비슷하거나 같은데 소리만 다르게 읽히는 철자가 여러 개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보면 영어랑 비슷한 거 같은데 다른 발음 때문에 오히려 외계어 같이 느껴질 지경이다. 그렇지만 키릴어는 한글처럼 표음문자(소리나는 대로 읽는 )라 기본 철자의 발음만 익히면 영어를 발음 그대로 쓰이는 단어들은 모두 알아볼 수 있게 된다. 러시아어를 못하면 키릴 문자만이라고 익혀두고 가면 유용한 듯 싶다.    


출발은 금요일 오전 10시10분. 가격이 비쌌지만 20만원 가량 손해를 감수하고 가장 일찍 도착해서 가장 늦게 출발하는 대한항공을 타기로 했다.  출발 당일 아침은 비교적 여유로웠다. 미리 인터넷으로 탑승권을 발권해 카톡으로 받아두고 자동입출국 신청도 해둔 덕분이다.우리 집에서 인천공항은 한 시간 거리인데, 8시쯤 출발해 환전해 둔 돈을 찾고 수속을 다 마친 뒤에도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인터넷 발권을 미리 해두면 1시간에서 1시간반 정도 전에만 공항에 도착하면 충분하다.


직항으로 가면 비행시간은 2시간 남짓. 영화 한 편을 보고나니 이미 도착할 때가 다 되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구나'를 실감하는 순간,  바라다 본 블라디보스토의 풍경은 의외였다. 초록의 도시. 내 이미지속의 블라디보스토크는 춥고 황무지일 것 같았는데 시야에는 온통 숲이 펼쳐져있었다. 실제로 시내 곳곳에도 나무가 무척 많은 도시였다. (현지인에게 들어보니 나무 베기를 법으로 금지해 함부로 나무를 벨 수가 없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블라디보스톡의 풍경.


처음부터 보기 좋게 예상을 벗어났던 러시아와의 조우. 그 덕에 나는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비행기 문을 나사게 됐고, 그 반전의 즐거움은 이곳에 머무는 3박 4일 내내 계속 되었다.


P.S. 한편으로 끝낼 예정이었으나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 주제별로 후기를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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