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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룡 Dec 20. 2018

베두인 장막

이스라엘 이야기


  이스라엘 유대 광야에 사는 베두인들은 오천여 명의 가족이 각기 다른 텐트에서 무리지어 살아간다. 장막에는 으레 칼과 수금, 커피 그리고 박제된 뱀이 장식되어 있다. 

  베두인들은 손님이 찾아오면 커피를 반 잔 조금 넘게 채워주며 환대한다. 하지만 삼일 후에도 장막에 손님이 머물고 있으면 “이제 그만 돌아가라.”는 의미로 컵 안 가득 커피를 따라준다. 아이들은 글을 배우지 않는 대신 저녁마다 아버지가 불러주는 노래를 통해 이야기를 배운다. 그러는 동안 장막으로 모여드는 뱀이나 전갈은 그 집의 고양이가 내쫓는다.  


  베두인들은 옛날 웃시야라는 왕이 파 놓았던 우물을 사용한다. 우물은 보통 걸어서 다섯 시간 간격으로 찾아볼 수 있고 각 우물에는 그것을 관리하는 가족의 이름이 적혀있다. 물을 깃는 일은 주로 여인들의 몫인데 동네마다 우물 위에 커다란 돌을 얹어놓아 혼자서는 물을 떠갈 수 없게 했다.  

  우물의 깊이는 수십 미터 아래까지 내려간다. 덕분에 웬만한 건기에도 물은 마르지 않는다. 간혹 물이 말라버린 우물은 감옥으로 사용한다.   

  조금 무시무시한 이야기지만, 만일 당신이 광야를 지나가다가 한쪽 팔 없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는 언젠가 베두인의 물을 훔쳐 마셨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우물은 광야에서 생명과도 같아서 허락 없이 남의 우물 물을 마셨다가는 오른팔이 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물의 물은 깨끗하지만 끓이지 않고 마실 수는 없다. 물을 끓이기 위해서는 불이 필요한데 척박한 광야의 특성상 장작을 쉽게 구할 수 없어 말린 당나귀 똥으로 불을 지핀다. 당나귀 똥은 오래 타고 역한 냄새도 나지 않아 좋다.  

  광야를 누비는 베두인은 낯선 사람이 광야에 발을 들여놓는 첫 순간부터 그를 포착해낸다고 한다. 그러니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해서 함부로 우물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깊이 박혀있는 베두인의 두 눈은 광야의 빛나는 돌 처럼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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