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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룡 Mar 27. 2019

펄스널 트레이닝

운동 일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PT를 받았다. 근육질의 트레이너님은 인바디를 체크해주신 후, 아주 젠틀하게 나에게 없는 것(근육)과 있는것(체지방)을 조목조목 각인시켜주셨다.


사실 나는 PT를 신청한 게 아니라 헬스장 기구 사용법을 물어보려 했던거다. 그래서 근트(근육질 트레이너)님이 인바디 체크 후에 헬스장을 돌면서 기구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시려나보다 했다. 하지만 근트님은 나를 데리고 전신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스쿼트 형식의 근력운동을 지도해주셨다. 헬스장에서 나눠주는 헐렁한 운동복을 입은 채로 근트님 옆에 서있는 나는 마치 초등학생 같았다. 

나중에는 막 스쿼트 자세를 했다가 엎드렸다가 일어나는 세트를 시키셨는데 윗도리가 자꾸 올라가서 배바지를 해 입으라고 하시는거다. 나시티를 입고 머리에 왁스를 바른 근트님 옆에서, 배바지를 입고 엎드려 뻗쳐를 하는 나는 진짜 불쌍한 초딩이었다.


열 세트가 끝날때마다 가서 물 한잔 마시고 오라고 하는 근트님께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정수기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나는 인간은 참 쉬운 존재라고 생각하기를 한다.


PT인지 기합인지가 끝나고, 마침내 나는 "저 이상하게 생긴 기구는 어떻게 사용하는거죠?" 대신 "저는 내일 걸을 수 있는건가요?"를 물었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PT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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