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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s Jul 26. 2023

나는 왜 결혼을 한 걸까?

10년을 넘게 살고 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영주권을 신청했다.


일본에 살면서 영주권 받아 놓으면 정기적으로 입국관리소에 가지 않아도 되고 기타 생활 전반에 있어서 살아가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뭐 굳이 일본이 아니더라도 남의 나라에서 오래 살려면 영주권이 누구나 다 필요하게 되지 싶다. 


어찌어찌 살다 보니 하나둘씩 늘어나는 가족에, 살림살이에 어디 한번 움직이기도 어려워지고 이래저래 조금씩 늘어나던 가구와 옷가지들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어느새 꽉 채우고 있다. 어차피 집값이 잘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나라이니 그냥 하나 사볼까 하는 생각이 결국 영주권까지 신청하게 만들었다.

 
다른 분들이 들으면 기가 차지도 않으시겠지만 영주권 신청에 있어서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왠지 영주권을 받으면 일본이라는 나라에게 지는 감정이 들어 쥐뿔 가진 것도 하나 없는 주제에 지금껏 배우자 비자로 거진 십 년 가까이를 생활하고 있었지만 주택론을 알아보고 다니던  은행에서 영주권이 있으면 이자율이 절반이상 저렴해진다는 소리에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정신없이 구비서류를 준비해 접수를 했다.


결혼을 하고 10여 년을 아내와 같이 살면서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잘해준 것보다 아쉬운 점이 훨씬 많다.


사랑한다고 결혼을 해서 같이 살고 있는데 어느새 뒤를 돌아보니 내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마다 말로 행동으로 상처를 내고 있었고 사랑하니까, 가족이니까 그렇게 했다고 스스로를 자위하기엔 내 지난 시간의 삶을 되돌아보면 너무 철이 없었던 것 같다. 


아내는 내 엄마가 아닌데 엄마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해주는지 않았을 때 아내에게 짜증 내고 투정을 부렸었고 아내는 내 부하직원이 아닌데 내 생각과 다르거나 내 기준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 직장의 부하직원에게 보다 더 매몰차고 엄격하게 대하였던 것 같다. 


아내도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있을 때 나에게 기대고 투정 부리고 싶었을 때가 분명히 있었을 텐데 나는 아내가 그런 나약한 모습을 나에게 보일 때마다 훈련소 조교처럼 아내를 훈련병 다루듯 다루고 있었었다.


10년을 살았으면서도 아직 10년 전과 별다를 것 없는 오늘의 나 자신이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게 느껴진다. 


결혼은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가 아니라 내가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맞춰줄 준비가 되어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수없이 되뇌며 살았건만 내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려고 보니 어쩌면 지금의 나는 아내에게 빛 좋은 개살구나 혹여 계륵 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뻔지르한 말로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며 많이 안아주지도 많이 용서해 주지도 그리고 많이 참아주지도 못한 나를 지금까지 참고 같이 살아준 아내에게 고맙고 또 미안하다. 남은 시간,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진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부터 할 수만 있다면 매일 열개씩이라도 아니 다 할 수 없더라도 최소한 하루에 한 개씩이라도 나에게 붙어있는 이기적인 가지들을 잘라 아내에게 더 다가가야겠다. 


수많은 잔가지로 옆의 나무를 가리고 바람이 불 때 주변을 마구 어지럽히는 그런 나무가 아닌 내 모든 가지를 잘라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나의 잔가지가 옆 나무에 상처를 주지 않게 앞으로 아내에게 있어서 그런 나무와 같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아니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오늘부터 내 잔가지를 하나씩 잘라내는 연습을 시작해 본다.

나에게 가려 자라지 못했던 시간만큼 앞으로 더 크게 자랄 수 있게 나를 잘라 그에게 맞추는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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