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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비스 Mar 03. 2023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질 않는다

True north strong and  단풍국

관뚜껑에 못 박히는 소리는 들어 봐야지 (by 고니 "타짜")


2009년. 도망치듯 떠나갔지만 다시 한번 서울로 돌아왔다. 취업. 창업. 폐업. 투자. 관뚜껑 못 박는 소리를 BGM삼아 커리어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써야지. 하면서도 한글 키보드를 치는 것조차 죄스러워 새로운 일상에 또 발버둥 치고 몸서리쳤다.

발행하기를 누르지 못한 알 수 없는 글들이 쌓여가던 중 때아닌 3월의 눈이 내린다. 이제는 써야겠다.

모처럼 용기를 낸다. 남아있는 한국 회사 분들에게는 많이 미안하지만

10년, 아니 11년을 있다 보니 마지막 6개월은 살아도 산 것 같지가 않았다.


왜 하필 캐나다?

모르겠다. 어린 시절 만난 사람들 중 이곳 출신의 사람들이 가장 나이스 했기도 했고. 다양성에 열려 있잖아. 어쩌면 그냥 찾아내야 하는 이유를 쥐어짜 낸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고 설득하고 싸우고 차별하는 목소리에 감정 소비 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으로 되었다. 적어도 여기선.  


True North Strong 은 캐나다 Anthem 의 대표적 문구


치열하게 살았으니 이제 어느 곳에 정착해야지 싶다가도

또 도전하고 깨지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일상이 나다움 인가. 내가 누구인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다. 해야 되는 영어 공부보다 재미있다. 역시 딴짓은 다 재미있다.


삶에서 주어진 목표란 이루고 싶어 미친 듯이 쫓아가다가도

또 그 상태가 되면 무한한 매너리즘에 빠지는 반복. 그 반복 안에서의 기쁨/슬픔/애증/즐거움이라고 한다. 결국 핵심은 밸런스. 균형.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용.

이래서 공자와 헤겔이 대단한 건가. 싶다.


요즘은 불교의 선(禪, Zen)을 영어로 읽고 있다. 인간의 고통이 결국 선 긋기, 구분지음에 있다는데 이런 깨달음을 생각해 보기 위해 왕복 20시간, 150만 원(2023년 기준)의 비용을 내고 국가라는 개념을 지불했나. 싶다.


그래도 또 봄은 왔다. 어느 날 엄마에게 물었다.

"몇 번의 봄을 더 맞을 수 있을 것 같아?"

"10번. 많으면 15번."

"그건 너무 적잖아."

"뭘. 그 정도면 됐지"


이놈의 쿨병은 유전인지 뭔지. 그토록 아프게 했으면서 또 엄마가 보고 싶다.

35년 만에 처음으로 이게 향수병인가. 싶다.

아마도 이번엔 진짜. 정말. 여기 정착하기로 맘먹었기 때문이겠지.


이민1세대 고양이 쿠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익숙해진 Ground level life.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아. 그런 말처럼 이곳은 또 그만큼 다르다.

슬프다. 또 그만큼 기쁜 밴쿠버에서 -벤쿠버 아님. VAN 이더라.-  


P.S 여기 공기는 진짜 좋다. 비염이 치유된다.

근데 방안에 들어오면 카펫 때문에 다시 비염생김. Oh this is the LIFE.  

 

PPS. 제목 = 반려묘? 반려견?




Epilogue


용기를 내 던진 보고싶단 말에 역시 쿨함은 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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