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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Oct 09. 2022

아무튼 서평

프란츠 카프카, <<성>>


생애 처음 서평 쓸 때의 고초가 기억난다. ‘읽고 쓰는 것은 다르다’을 느꼈다.

제목을 짓고, 첫 문장을 쓰기 위해 머리가 쥐가 나도록 생각을 집중했다. 결국, 제목과 첫 문장은 내 손에서 나오지 않았다.


첫 서평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성>>이었다. 카프카 소설은 미로같이 난해하고, 함축적 의미, 결말을 만들어 놓지 않는 소설로 유명하다.

생애 첫 카프카의 만남, 나는 서평을 쓰기 위해 만났다. 소설 <<성>>은 읽기가 고욕이었다. 내용을 요약하고, 서평을 읽는 독자가 책을 읽게 만들고 싶어 하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성>>의 주요 부분을 밑줄 긋고, 페이지를 접었다. 내 생각을 짧게 메모도 하고, 서평 쓰기 책에서 나오는 친절한 안내 문장을 따라 했다.

책을 읽고 ,백지에 서평 구조를 기승전결로 나누었다. 백지에는 기,승,전,결 4글자만 채워졌다.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이 때 알았다. 작가분들은 대단하다는 것을.


카프카, <<성>>, 서평들을 구글링했다. 쓰여진 글들을 읽고 ‘아하,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며 PC에 손을 옮겼다. 결국, 백지에는 제목과 첫 문장은 없었다. 책의 제목, 출판사, 작자명, 출판연도만 쓰여졌다.


물리적으로 흐르는 시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서평 클래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참가하는 분들의 서평이 하나씩 밴드에 올라온다. 나는 아직도 첫 문장을 쓰지 못했다.


‘마감에 쫓기면 극한의 효율성으로 마무리 한다’는 파킨슨 법칙이 있다. 다가오는 마감 시간은 머리에 긴장을 주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서평이 아니라 필사로 우선 내고 보자’

 

그 당시 나는 필사를 즐겼다. 시, 수필, 고전의 문장을 수집했다.

4B연필로 정성스레 밑줄 친 문장을 pc에 옮겼다. 두꺼운 책을 옮기다 보니 노가다 작업처럼 엉덩이와 손이 힘들었다. 몸의 주인이 미련하니 신체가 고생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생겼다. 타자로 문장을 치면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카프카가 왜 이런 문장을 썼을까. 등장인물 성격도 파악이 되었다. <<성>>에 관련한 영상과 칼럼, 서평들의 이해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몸이 조금 고생했지만, 머리가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생애 첫 서평은 문장 필사와 각종 글을 인용하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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