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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쟈코비 JACOBY Sep 18. 2022

몽골

둥근 마음






둥근 것은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요
마치 게르처럼요.





펜데믹 이후 정말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는 바로

 초원의 나라 몽골.



공항에 내리자마자 초원이 펼쳐진

칭기즈칸 공항을 빠져나와

초록색 가드레일이 죽 이어진 도로를 달린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저 멀리 거대한 굴뚝이 보이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

낯선 땅에 발을 딛고 있는 내가 조금은 어색했다.



처음 느껴보는 도시의 모습들












처음 느껴보는

사람들








긴장과 기대가 적절하게 공존하는,

낯선 여행지가 주는 뭔지 모를 자유함에

그간 무척이나 목말라있었다는 걸

금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마치 살아있는 생선을 낚아 올리는 기분으로

셔터를 누르며 도시를 걷고 또 걸었다.  



어느 정도 도시의 분위기에 익숙해졌을 즈음

난 도시를 벗어나기로 했다.



울란바토르를 빠져나와

끝없는 초원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를 보며

그간 잊고 살았던 자유함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간이나 내 안에서 해소되지 못했던 응어리들을

단숨에 잊게 만드는 장면들이

점점 눈앞에 펼쳐졌다



구름의 그림자가 걸려있는 산등성이



넓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광야  



최소한의 규율만 있을 뿐



모든 것이 자유롭고 솔직해 보였다.  



자연에서 시작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이 땅의 존재들



그런 자연 안에서 공존하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는 궁금해졌다.



며칠간 함께 몽골을 여행하며

가까워진 현지 가이드에게

여행하며 생긴 궁금증들을 물었다.



현대화된 도시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들판 위의 게르에서 사는 걸 고집하느냐고

그리고 가족들과 게르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게 불편하진 않냐고.


나의 질문에

현지 가이드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들었다.



"게르는 둥글고 둥근 것은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해요."

'도시에 사는 것보다는 조금 불편해도, 다 같이 살며 가족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거든요.'


내 질문의 의도조차

부끄럽게 만드는 그의 대답이었다.



펜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감이 두려우면서도

내심 그 거리감이 편하다 느꼈던 나로서는

들판 위에 심심찮게 보이는 게르와

다소 불편해 보이는 유목민들의 삶을

이해하기가 조금은 힘들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변화에 발맞춰야만 살아남는

그간의 나의 삶,

내 것을 내어주기보단

지키는데 포커스를 두고 살아온 나의 삶이

현지 가이드의 말 몇 마디로

너무나도 가난하고 또 초라해졌다.



그리고

삶이라는 초원 위에서

더 중요한 것의 가치를

놓치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둥근 마음을 가지고 사는 건 과연 어떤 것일까

그게 왜 난 이토록 생소하고 어려울까.


더 둥글게

더 둥글게

각진 내 마음이 모두 다 깎여나가게


이젠 나도

둥근 삶을 살고 싶다







2022년 몽골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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