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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쟈코비 JACOBY May 05. 2017

제주도의 6월, 12월 그리고 그다음 2월.



Jeju Island

2016.06 ~ 2017.02의 기록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장 그르니에 '섬'





"너, 요즘 항상 가시 돋쳐있어."



그때 당시 난 처음으로

혼자 땅에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뿔이 돋친 생각들로

음악도 일도, 관계도 번번이 늘 실패.

개운하지 않은 매일 아침을 맞았던

스물아홉 6월.



그때 당시 내가 느꼈던 건,

누군 시들고 누군 한없이 푸르른.

일종의 열등감이 짙게 깔린

상대적 박탈감이랄까.



말로 상처 주고

말로 상처받고



섬처럼 나 스스로를 고립시켜갔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눈 앞엔 늘 오르막뿐.



남을 미워한다는 게

그토록 나 스스로를

시들게 할 줄은 몰랐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무늬를 가지고 산다.



같은 냄비 안에 있어도

다른 맛을 내는 재료라는 것.



근데 그걸 이해하기엔

내 스물아홉은 

가시덤불이었던 것 같다.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석양처럼 늘

지는 데에 익숙했던 시기.



그런데 어느 샌가,

내가 만든 섬을

조금 뒤에서 바라보는

순간이 도둑처럼 왔다.



그때 난,

 내 인생을 잠시

누워서 구경하기로 했고,



 꺾이고 꺾여 반쪽만 남은

내 자존심이 내 인생에게

뭘 알려 줄 건지도

궁금해졌다.



그즈음.
12월 제주의 바다가

알려준 한 가지.



"파도를 받아들이는 순간,   

넌 멋지게 깎일 거야."



어쩌면,

상처받고 실패하는 게

 '결'을 만드는

과정일지도.




비행기 창밖으로 섬이

사선으로 보일 즈음.

실패하고 상처받지 않으려

쏟았던 내 에너지를

더이상 소모 않기로 했다.


그저 인생을 유영하듯

내 파도를 자연스럽게

맞아가며 사는,


'결'의 서른을 맞기로 했다.





여행에 함께한 음악

Francesco Lo Castro, Bruno D'Ambra - Deja 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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