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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비 Jun 17. 2024

불편한 것을 꼭 말해야하는 성격

이런 나를 받아들이기

내가 좋아하는 공지영 소설가는 한때 구설수에 자주 오른 적이 많았다. 3번 결혼과 이혼이라는 개인사도 한몫했지만 그보다 그녀가 언급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의견이 자주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다. 아무 말 안했으면 어떤 말도 듣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라며 안타까워했더랬다.


알고보니 내가 그런 사람이였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더라도 나는 말을 하고야 만다. 폭발하듯 거칠게 말한다는 게 큰 문제이다. 착한 사람 컴플렉스 때문에 한동안 참고 참다가 말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나는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더 성숙하기 위해 이 위기?를 잘 넘겨야한다고 스스로 억압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착함도 성숙함도 없이 폭발하고야 만다. 나는 이런 나를 혐오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관계가 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자신감이 없고 실력도 없는 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착함이라도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착하잖아." 이 말을 들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그 말도 몇 번 들었고 또 그 말을 듣기 위해 착해야만 했다. 싫은 소리를 하면 안되고 튀는 행동을 하면 안되었다. 남의 눈치를 보고 나의 느낌과 의견을 숨기기 급급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나를 인정하지 않고 약간이라도 서운하게 만들면 나는 가차없이 비난하고 내가 그렇게 추앙했던 사람들을 하루 아침에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이유를 갖다붙였다. 생존을 위협받은 것처럼 앙칼지게 굴었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나에게는 생사의 여부가 달린 것처럼 절박하고절실했다.


자신감이 생기고 내 일을 갖게 되면서 나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착함에 가두고 인정투쟁에 나를 밀어넣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내 눈에 보이는 어떤 부당한 것과 불편한 것들을 말하고 싶었다. 참다가 나는 또 말하고 말았다. 예전만큼 폭발하듯 고소하듯 하지는 않지만 해놓고 항상 후회했다. 좀더 참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었어야 했는데, 좀더 공감해주었어야했는데. 라고 스스로 자책했다. 그러다 문득 '이게 진짜 내 모습이 아닐까. 왜 나는 이런 모습이 잘못되었다고만 생각했을까. 여전히 사람들에게 공감 잘 해주고 부드럽고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바랄 것 같은, 인기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것인가. 아니면 나 답게 나 다운 모습으로 살 것인가.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면 나는 나 답게 살고 싶다. 남 욕하는 것처럼 들려도 나는 불편하고 부당한 것을 지적해야하는 사람이다. 이런 지적이 좋은 결과를 이끌기도 했지만 항상 그 문제를 꺼낼 때 나의 태도와 방식에서 좀 감정적이라는 게 아쉽기는 하다. 앞으로는 좀더 설득력있게 상처주지 않는 방식으로 말을 건네할 것이다. 그래서 비폭력대화를 배우며 실천하는 중이다. 또 내 말에 내가 책임질 수 있는지 스스로 자문도 해야할 것이다. 억지로 나를 착한 사람 프레임에 끼워맞추려 하지 말고, 나 답게 성숙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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