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혁선율과 함께 식물 가꾸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훼단지에 가봤다. 어릴 때 식물을 키워본 기억이 없다. 결혼한 이후 지인들이 준 큰 화분들도 금새 말라버렸고 버리기 일쑤였다. 4명의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다른 무엇을 키울 여력도 없었다.
그래도 가끔 남편과 식물 좀 사서 키워보자고 말만 던졌다. 남편도 그러면 좋지~라고 대답만 했더랬다. 어제 광복절 맞이 화훼단지를 향했다 갑자기. 점심 외식 후 딱히 갈 만한 곳이 없기도 하고 그냥 집에 가면 아이들 모두 핸드폰만 보고 있을 텐데 시선을 둘 만한 다른 존재를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각자 마음에 드는 식물을 하나씩 찾았다. 우연치고는 너무 소름돋는 일은 남편과 중2 큰아들이 고른 식물이 같았다는 것. 어쩜 그럴 수 있을까. 그 많고 많은 화분들 중에. 어쩌면 답은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남편은 가격이 제일 저렴하면서도 단순하지만 역동적인 것을 골랐는데 아들도 그런 것을 선호했을 것이다. 아빠가 딱 그런 걸 사주리라는 걸 미리 알기에. 뭐 그냥 취향이 같았을지도 모르지만.
집에 와서 남편은 3시간 동안 집에 있던 화분에 식물들을 옮겨 심고 그들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각자가 키울 식물의 정보를 검색하여 햇빛량과 물주는 횟수를 알아보았다. 누가 얼마큼 잘 키울까.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해바라기 얼굴을 마주했다. 좋은 아침~ 이라고 말을 거는 듯한 해바라기. 식물 키우는 재미가 이런 건가. 대화를 주고 받는다는 식물 집사들의 심정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맞이해온 아침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날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