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 <고장 난 기분>
말하기, 발표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책과 훈련 모임, 스피치 학원을 두루 거쳤다. 강사라는 직업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물기 어린 목소리로 떨면서 두서없이 말하는 나를 직면할 뿐이었다. 급기야 강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사서교육원 입학 원서를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우연히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고장 난 기분> 책을 만났다. 당장 뽑아 들었다. 고장 난 기분. 독서토론 모임에서나 수업할 때 내가 겪었던 상태를 딱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었다. 반갑고도 신기했다. 이미 작가이고 예술가로서 왕성한 활동하는 저자도 이런 기분에 처한단 말인가. 처음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극복했으니깐 이런 책을 냈겠지 싶었다. 아니다.
한 번쯤 겪는 고장 난 기분, 나는 자주 겪는다. 그저 말을 못 해서 울렁증, 공포증이 있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했는데. 맞아. 내가 고장 난 것처럼 버벅거리고 똑같은 말 반복하는 상태이다.
"여럿이 함께 있는데 돌아가면서 이야기해 보자는 순간. 그럴 때면 나는 누구의 눈을 쳐다봐야 할지 모르겠다. 목소리와 심장, 볼이 떨리고, 입술 근육이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머리가 꽁꽁 굳어서 이야기가 납작해지고 두서가 없어진다. 이 순간이 어서 끝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말을 흘리며 그냥 상황을 포기해 버린다." (p.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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