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한수 Nov 29. 2020

팀원이 되다

내가 무너졌던 날, 뒤돌아 보니 모두 내 뒤에 서있었다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팀플레이라는 것을 하게 된 것 같다. 그전까지는 그냥 내 논문을 내가 쓰면 그만이었고, 내 연구를 내가 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같은 팀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기관에 있는 사람들 등과 함께 일해야 하는 환경 속에 있다. 혼자 열심히 한다고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또 내가 잘못한 것이 내 탓으로만 끝나지 않는 것 같다.


팀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팀워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나는 팀워크가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부서 전체가 똘똘 뭉쳐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나와 밀접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팀워크로 풍파를 견뎌내고 있는 중이다. 서로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부재하거나 일에 치여 있을 때 지원군이 되어줄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팀워크가 있다고 해서 꼭 일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팀워크가 좋고 아무리 다들 열심히 한다고 해도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무수한 변수들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결국은 다 사람이 다 하는 일이라 사람의 한계도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우리 팀이 미친 듯이 열심히 해도 일과 연관된 다른 기관에 구멍이 있거나, 일을 이어받는 쪽에서 실수를 하면 결국에 그 후폭풍이 우리에게 돌아올 때도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억울하다 싶은 경우들이 있는데, 뭔가 뒤집어쓰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서로 좋은 기분으로 합을 맞추어서 일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올초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그와 관련된 부담감이 큰 일들이 앞뒤로 연달아 일어나면서 몇 날 며칠 잠도 못 자고 괴로워하던 때가 있었다. 밤중에도 일어나서 메일을 쓰고 전화를 받고, 그러다가 내가 저지른 일도 아닌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야 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러다가 다른 일의 마감일이 다가왔고, 마치 적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미친 듯이 일을 하다가 결국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닌데, 뭔지 모르게 엄청난 패배감과 당혹감이 느껴져서 모니터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 나이도 먹은 사람이 경력직으로 들어와서 부담감에 지쳐 무너진 채로 책상 위에 엎드려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울고 말았던 것이다. 


주변에서 같이 일하는 몇몇이 모여들어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을 느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겨우 고개를 들어서 뒤를 돌아봤을 때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모든 부서 팀원들이 다가와서 내 뒤에 서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 홀로 고군분투하며 무너진 줄 알았는데, 뒤돌아 보니 모두 내 뒤에 서있었다. 


그렇게 나는 팀원이 되어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노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