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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일 Jun 13. 2022

2.

변하는 것은 계절뿐만이 아니고


 카페를 개업한 날은 아주 추운 겨울이었다. 워낙 작고 눈에 띄지 않는 곳인 데다가 위치 상 겨울은 비수기이기 때문에 혼자 덩그러니 가게를 지키는 날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그 시기에 이곳에 발걸음 하던 사람들의 얼굴은 유독 기억에 남아있다.


 그중에  사람, 비교적 이른 나이에 창업에 뛰어든 것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을 가진 내게(어려 보인달까 만만해 보인달까) 악의 없는 무시를 행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사장님이세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커피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나요? 같은 류의 질문을 한다거나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묻지 않은 지식들을 전파하던 사람들. 처음에는 괜히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웃는 얼굴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금방 포기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나의 어떠한 반응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밖으로 낸다는 사실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런 식의 일방적인 대화를 주기적으로 겪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었고, 어쨌거나 계속해서 이곳을 찾아준다는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내성이 생겼는지 이전만큼의 피로를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 뒤에야  사람의 다양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기꺼이 방문해 주었기에  힘든 시기를 지나올  있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올해 , 한동안 보지 못했던 그때의 손님이 오랜만에 찾아왔다. 한가한 틈을 타서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현듯 그가 내게 사과를 해왔다. 오래전 본인의 무례함에 대해서, 사장님이 힘드셨을  같다고. 그때는 너무 어렸고 이것저것 배우고 익히기 좋아하는 성격에 여기저기 아는 척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과 함께.

 나는 크게 감동했다. 굳이 과거의 일을 들추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언젠가부터 그는 불편한 말을 꺼내지 않았고, 나도 예전의 일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편한 얼굴로 대할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사과라니.

 그가 변했다고 생각했다. 성장했다는 말이 더 맞는지도 모른다.


 그는 직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며 이 동네 또한 떠나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의 안녕을 바라며 인사했고 그가 건넨 사과를 오래 곱씹었다.

 

 첫 번째 겨울을 보내며 이 건물은 외풍이 심하다는 것을 알았고 두 번째 가을이 끝날 때 즈음 난로를 들였다. 이제 겨울이 와도 그때만큼은 춥지 않다. 난로뿐만 아니라 추운 계절에도 굳이 찾아와 주는 사람들의 온기 덕분이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갔나. 매번 돌아오는 계절이라고 해서 그 모습이 늘 같지는 않다고 느낀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나는 늘 똑같이 이곳에 있지만 나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 가길, 또 나아가길. 그리고 내가 첫 번째 계절을 기억하듯이 과거의 나를 잊어버리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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