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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 Jan 10. 2024

이 일이 안 맞을지도 몰라..

로망 뒤에 고생길 있다.

 로봇 관련된 일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 이 생각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일하게 된 지 1~2개월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일이 적성에 안 맞을지도 몰라'라고 말이다. 스스로에게 기대했던 것보다 나는 일을 잘 못하고 있었다. 적성에 안 맞는 일을 하고 있던 걸까? 실제로 지금까지 적성검사를 해보면 엔지니어링이 1순위가 나온 적이 없긴 하다. 적성검사에서 늘 1위는 이학(자연과학) 관련 능력이었다. 공학은 늘 2순위였다. 즉, 이론과 이해는 강할지 몰라도 실습과 적용에는 약한 유형이었다. 엔지니어링이라는 분야는 이론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맡은 일은 더더욱이다. 일을 하루하루하면 할수록 내 기준에 못 미챠 이내 잘하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해 좌절만 쌓이는 결과를 낳았다.


 비교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동기와 비교가 됐다. 동기는 나와 다르게 뭐든지 잘 따라 하고 빠르게 해내었다. 굳이 빠르게 할 필요 없는 것 같은 일도 나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서두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실수가 나오고 게다가 느리니 스트레스가 되었다. 실수를 넘어서 센스의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원인이 내가 맡은 부분에서 나오니 자신감은 더 떨어졌다. 내가 어릴 적부터 꿈꿔왔고 좋아해서 하고 싶던 일이었는데 마음대로 능력이 가지 않아서 많이 속상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정말 몰라서 못한 일도 있다. 모르더라도 물어보았고 잘해보려고 했으나 잘 안 되는 것도 있었다. 유독 나한테 그런 일이 오는 건지 아니면 정말 내가 이 일이, 엔지니어링이 안 맞는 사람인가 싶었다. 로봇은 나랑 안 맞나?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하였다.


 심각하게 이 일의 지속 가능성을 매일 생각하게 되었다. 계속 일하는 게 민폐처럼 느껴졌다. 마음속으로는 매일 그만둘까 말까를 적어 마음속 상자에 투표하였다. 그만둘까 와 말까의 비율이 거의 1:1이었다. 나날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다. 잘하는 날이 있으면 꼭 못하는 날이 바로 따라왔다. 문제가 뭘까. 전공을 하고 있으나 하고 있는 사람과 전공을 한 사람의 차이인 걸까. 혹은 N잡으로 인해 피곤함이 쌓여 집중도가 떨어지는 걸까. 물론 나도 잘하는 날이 분명 있었다. 모든 날이 못하는 날이었다면 진작에 그만두었을 것 같다.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는 걸까? 


 갭 이어 중 하고 싶던 일을 우연히 하게 되었고 계약직이기에 언젠가는 계약이 끝날 것이다. 그 이후 일이 잘 풀리면 계약이 연장이 되거나 정규직 제의가 들어온다면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다른 길을 선택하여 가야 하고 미리 대비도 해야 했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하여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이러 고민들이 항상 따라다녔다. 고민에 너무 몰입한 걸까. 집중이 떨어졌다고 생각이 되기도 한다.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나는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갭 이어 중이다. 나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이다. 일을 못할 때 자꾸 이런 생각을 잊어버린다. 타인이 본다면 못하고 있지 않을 수 있는데 나만 너무 성과를 내야 한다고 집착을 해서 이런 생각에 다다른 것 같다. 물론 일을 대충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지인인 다른 회사 엔지니어 선배님께 이런 고충을 이야기한 적 있다. 내 경력을 물어보셨고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 말에 웃으셨다. 그 시기에는 실수하고 내가 이 길이 맞는 건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조언해 주셨다. 선배의 말대로 나는 아직 병아리 같은 존재이기에 이런 실수와 생각이 당연할 수 있다. 


 병아리는 앞으로 더 자라날 수 있을까? 여름이 한창 무르익었다. 절기상 가을이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날을 덥다. 가을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가는 도중. 첫 번째 계약 종료 시기가 다가왔다. 계약 종료 전날 아침 어떤 이야기도 없길래 마음을 접었지만 결과적으로 두 번째 계약을 하게 된다. 아직 사라지지 않는 의문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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