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년간 수 없이 많은 발자국을 남겼구나.
Prologue. 갭 이어 시작 동기와 기간.
많은 이야기를 이미 했으니 짧게 넘어가자면 작년, 즉 2023년 정혜윤 님의 책 <독립은 여행>, <퇴사는 여행>을 읽고 감명을 크게 받아 갭 이어를 선언하였다. 당시 나는 취업 준비생이었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미래가 불안했을 때였다. 모아 놓은 돈이 다 떨어져 갈 때, 아르바이트와 취업에 필요한 공부를 병행하며 2023년을 시작했다. 위에서 언급한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나는 당시의 취업 준비 생활을 내려놓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다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시간은 어느덧 1년을 넘었다. 아무리 일을 하는 중이라고 하지만 계속 갭 이어를 보낸다고 할 수는 없고 나도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려야 하기에 끝을 정해야 했다. 이 끝에 대해서는 작년 12월 참여한 <계발메이트> 오프라인 회고 모임에서 정하였다. 먼저 나의 갭 이어는 총 네 개의 막으로 나누고 23년 3월에서 7월까지를 1막, 8월에서 24년 1월까지를 2막, 24년 2월부터 3막 시작 아직 끝은 모르겠으나 4막의 끝, 즉 나의 갭 이어의 끝은 25년 1월로 생각 중이다. 나의 갭 이어는 '떠남'으로 완결될 것이다. 그 떠남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갭 이어 시작 : 2023.03
갭이어 1막 23.03 - 07월
갭이어 2막 23.08 - 24.01월
갭이어 3막 24.02 ~
갭이어 4막 그리고 끝 ~ 25.01
갭 이어 종료 : 2025.01
Ch 1.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일'
많은 분들에게 '저 갭 이어 보내고 있어요'라고 하면 다들 일을 안 하고 쉬고 있다고 알고 있거나 이미 내가 일을 하는 걸 알고 계신 분들은 놀라는 반응이 많다. 일을 하면서도 갭 이어를 지속하는 형태는 아직 사례가 없다. 그렇다. 나는 갭 이어의 시작을 '일'로 채워 넣으며 시작했다. 아마 당시 취준생이었기도 하고 정혜윤 님의 책을 읽으면서 일에 대한 갈망, 열정이 되살아 났다. 갭 이어 선언 전에 했던 알바는 두 개였는데 그저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었다. 갭 이어를 선언하자마자 하는 아르바이트가 총 3개가 되었다. 다이소 일은 그냥 우리 동네에 있기에 교통비가 들지 않아서 하게 되었다.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저 '일'자체가 하고 싶었다. 갭이어를 시작하며 하게 된 세 가`지의 일(아르바이트)는 이렇다.
백화점 명품 매장 물류 입고 (08:00 ~ 11:00) 월~금 (백화점 휴무일과 물량 없는 날, 기타 사항으로 휴무 있었음) 시급 12,000원(주휴포함)
로봇 청소기 A/S (13:00 ~ 16:00) 단, 월~목요일, 월요일은 17시까지 시급 12,000원 (주휴수당 따로)
다이소 물품 입고 도우미(20:00 ~ 22:00) 월~토 (대체로 공휴일은 휴무,그러나 난 삼일절 첫 근무 시작이었다)시급 11,000원 (주휴수당 따로)
이 형태는 4월까지 지속되고 5월부터 다시 근무 형태가 바뀐다. 오전과 저녁일은 그대로이지만 오후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았다. 당시 로봇청소기 A/S를 그만둔 이유는 너무 한가했기 때문이다. 새로 구하게 된 일은 지금 하는 일의 시작이 되었다. 당시 5월의 현황을 보면 이렇다.
백화점 명품 매장 물류 입고 (08:00 ~ 11:00) 월~금 (백화점 휴무일과 물량 없는 날, 기타 사항으로 휴무 있었음) 시급 12,000원(주휴포함)
물류 로봇 회사 로봇 제작 아르바이트 (11:00 ~ 19:00) 월~금 점심시간 1시간 30분 식대 지원 11,000원 시급 12,000원 (주휴수당 따로) 월차 있음, 계약직.
다이소 물품 입고 도우미(20:00 ~ 22:00) 월~토 (대체로 공휴일은 휴무,그러나 난 삼일절 첫 근무 시작이었다)시급 11,000원 (주휴수당 따로)
오전 알바 시간과 오후 일 사이에 틈이 없는데 오전 알바가 당일 일을 끝내면 바로 퇴근이기에 이동시간만큼 시간이 났다. 거리가 가깝기도 해서 다행이었다. 물론 늦게 끝나면 양해를 구하고 오후 일에 늦기도 하였다. 이때 하루 14시간 정도를 이동시간 포함해서 시간을 일에 투자했던 것 같다. 당연히 수입도 가장 늘었던 시기이다. 나름의 비하인드가 있는데 오전 알바 장소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06~08시 일이 있었는데 이것도 하려다가 이것마저 하면 정말 쓰러지겠구나 싶어 하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해봐도 괜찮았을 것 같다. 이 루틴은 여름이 한창 무르익는 7월까지 계속되었다. 8월부터는 조금 쉬며 다양한 활동에 집중하고자 물류 로봇 회사 계약직 일 하나만 남기고 모두 정리하였다.
9개월 간의 계약직이 종료를 앞두고 있을 시점 나는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다른 일을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뜻밖에 정규직 제안이 왔다. 잘해야 계약직 장기연장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분명 왔다. 근무시간과 책임은 늘겠지만 급여가 오르고 경력이 쌓이며 무엇보다 하는 일이 많아진다. 나는 지금의 일을 정말 좋아하기에 일을 통해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정말 많다. 다만 나는 현재 비전공자이기에 나름대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평소 관심 있던 회사의 콘텐츠 에디터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위해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준비 중이었는데 마침 바빠진 일(업무), 업무 이외에 개인적인 일이 같이 바빠지면서 매일 3시간 정도만을 자면서 준비하고 있었다. 3월 마지막 주까지 마감이었는데 도저히 이대로는 버틸 수가 없어서 지원을 관두기로 하였다. 이때의 피로로 평소 5시간만 자던 내가 2주째 하루 7시간 이상을 자고 있다. 오히려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했는데 이상하게 의욕과 집중이 안되고 피곤하기만 한 요즘이다. 다만 많은 분들의 조언을 받았기에 포트폴리오는 완성시키려고 한다. 객원 에디터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객원 에디터를 하나둘씩 해나가면서 언제 있을지 모르는 기회를 노려보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다.
나는 지금의 일을 분명 좋아하지만 이 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갭 이어를 끝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Ch 2. 책에 들러 쌓여보니 많이 읽게 되었다.
갭 이어가 아니었어도 책을 좋아했다. 매년 새해 33권의 책을 읽자고 다짐을 하였지만 근처에 도달을 하나 달성은 한 적 없었다. 23년이 시작하고 역시나 33권을 목표로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112권을 읽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싶어 이유를 분석해 보았다. 먼저 책 자체를 눈에 많이 들어오게 하였다. 도서관에서 가능한 대출권수까지 채워서 늘 빌려왔고 수입도 충분하니 오전 알바 하는 곳과 교보문고가 가까워서 매일 간 적도 있을 만큼 서점을 많이 갔다. 독립출판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많은 독립출판물과 독립서점 역시 방문하게 되었다.
도서관 : 남산도서관 7권 대출 이후 13권까지 늘어남(우수 회원 선정), 용산 도서관 7권 최대 20권 3주간 대출가능
방문한 서점
광화문 교보문고(대부분의 책을 여기서 삼)
인덱스숍(갭 이어를 선언할 수 있게 해 책을 만난 서점, 두 번째로 책을 많이 구입하는 서점)
어쩌다산책
공간과몰입
알라딘 중고 책 매장
스토리지앤북필름
사눅책방
땡스북스
스페인책방 등
APC 가방을 사게 되면서 크기가 커서 늘 책을 두 권 정도 들고 다녔다. 작은 가방을 들고 다녀도 다른 건 몰라도 책 한 권씩은 꼭 가지고 다녔다. 오전 알바 때 물류를 입고하기 전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있었는데 이 시간에 늘 책을 읽었다. 이동시간 틈틈이 책을 집어 들었다.
가장 많은 권수의 책을 읽은 달은 5월 17권이며 가장 적게 읽은 달은 1월로 2권이다. 작년 책에만 쓴 비용이 400만 원이 넘는다. 책은 다 읽고 알라딘에 다시 중고로 되팔거나 선물하였다. 내가 다독을 하게 된 것은 간접경험을 많이 쌓고 싶어서이다. 많은 경험을 하고 싶지만 시간과 비용이 따라주지 않으니 책으로 대신할 생각이었다. 특히 절대 안 읽던 여행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책을 통해서 많은 삶의 지혜와 유형을 보았고 간접적이지만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올해는 욕심내지 않고 바쁠 것 같아 목표를 50권으로 잡았다. 현재 3월이 지나가고 나는 각 월에 두권 씩 총 6권밖에 읽지 못하였지만 어느 순간 늘어날 것 같기에 목표는 채울 것 같다.
책을 가까이하면서 북페어 역시 다녀오게 되었는데 코엑스에서 열렸던 서울국제도서전과 홍대에서 열렸던 퍼블리셔스 테이블을 다녀왔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산티아고 순례길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사 왔다. 퍼블리셔스 테이블에서는 책을 절대 많이 안 살거라 했지만 많이 사 왔다. 그리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북토크도 꽤 다녀오게 되었다.
다녀온 북 페어
서울국제도서전 (6/16)
퍼블리셔스테이블(10/14)
다녀온 북토크
VORA 토크쇼 - 최장순 <일상의 빈칸> (7/22)
<지금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출판 기념회 (8/13)
일론 머스크 전기 출간 기념 북 콘서트 (9/20)
<트랜드코리아 2024> 김난도 교수 강연회 (10/6)
앤가은 <어차피 일할거라면 원하는 일 할게요> 북토크 (24.01.30)
추후 이야기 하겠지만 파인더스클럽을 통해 알게 된 분들의 책도 한 권 한 권 쌓이고 있다. 이제는 따로 책꽂이를 만들어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자유 님 책은 파인더스클럽 하기 전에 미리 알고 있었다. 모두 사인을 요청해서 받은 책들이다. 아는 분들의 이야기인 만큼 좀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다능 님 보고 계시죠? 사인 잊으시면 안 됩니다ㅎㅎ) 파인더스클럽 뿐만 아니라 지인 분들의 책이 나오면 다 사인 받아서 간직할 것이다.
잘자유 님 - <그냥, 나로 살고 싶어서 & 자동차 회사의 자유씨>
명주 님 - <비전공자 화이트헤커로 살아남기>
혜민 & 백구 님 -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
(도착 예정) 다능 님 - <경로 안내를 종료하시겠습니까?>
나 역시 나의 경험을 담아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목표가 독립출판 원고 90%를 채우는 것이 목표다. 90퍼센트인 이유는 내년 1월에서 10퍼센트를 아마 떠남으로 채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주제는 나의 갭 이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어쩌면 책 원고를 위해서라는 생각도 든다. 나 같은 형태의 갭 이어는 아직 단 한 사례도 못 봤기에 나름 희소성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갭 이어'라는 단어 말고 좀 더 적절한 단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예를 들어 그로우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