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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 Dec 14. 2023

일이 하고 싶어도 '쉼'을 잊지 말자.

나만의 완벽한 휴식이란.

 일이 가장 하고 싶더라도 쉼 없는 생활은 불가능하다. 적절한 쉼이 있어야 재충전도 할 수 있고 내가 잘 쉬었기 때문에 쓰리잡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최근 파인더스 클럽에서 '휴식 탐구 워크숍'을 통해 스스로 쉬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의 쉼은 특별하지 않다. '자연을 보면서 걷기'가 나의 완전하고 강력한 휴식이다. 내가 자연을 보면서 걷는 방법을 시선에 따라 묘사하면 이렇다. 계절감이 다를 수 있지만 이런 시선으로 휴식을 취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자주 가는 공원이 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매일 갔을 때가 있던 공원이다. 따릉이를 타고 집에서 공원까지 내달린다. 봄이 깊어지면 가는 길에 아까시나무가 피어 있어 향이 좋다. 종종 가로수로 피어있는 이팝나무의 꽃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잠시 멈추고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다시 페달을 밟으면 내가 졸업한 중학교 옆을 지나간다. 봄에는 개나리가 가득 피어 있고 개나리가 지고 여름이 조금씩 다가올 때 장미가 피어 반겨준다. 길을 건너기 전 횡단보도 앞 에그타르트가 맛있는 카페가 있다. 종종 돌아오는 길에 여기서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먹고 돌아간다. 신호가 바뀌면 건넌다. 이때부터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담벼락 너머의 목련, 라일락 등 여러 꽃나무들이 보인다. 조금 더 달리다 보면 감나무가 심어져 있고 여름에는 원추리 꽃이 피어 있다.


 공원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반납한다. 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산수유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봄이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니 봄이 온 것을 실감 나게 해 준다. 항상 내가 좋아하는 입구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미선나무의 꽃이 피어있고 그 왼편으로는 불두화가 여름이면 풍성하게 피어난다. 커다란 연못이 있는데 연못을 걸어가는 길에 만나는 화단에는 사계절에 걸맞은 꽃들이 심어져 있다. 아직 이름을 모르는 꽃들, 여름에는 수국이 형형색색으로 심어져 있다. 연못에는 항상 오는 사람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시선으로 그들마저 쫓는다. 가끔 운이 좋다면 거북이를 볼 수 있다. 거북이 한 마리가 물가를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이 자유롭고 평화롭다. 연못을 중심으로 걷다 보면 할미꽃이 피어 있고 산딸나무 꽃이 피어 있다. 연못이 끝나갈 지점 계단을 올라가 정자가 있는 곳까지 다다른다면 보라색 빛과 독특한 향의 등나무 꽃이 피어있다.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잠시 쉬었으니 다시 걸음을 옮겨 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화나무가 반겨준다. 그 옆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일락이 피어 있다. 라일락 향은 달콤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련한 느낌을 남기는 향이다. 라일락은 화려함에 비해 피어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아 아쉽다. 아쉬움을 알았는지 근처에는 정향나무가 있어 라일락이 꽃잎을 다 떨어뜨려도 정향나무 꽃(정향나무 꽃과 라일락은 향과 모양이 매우 비슷하다)이 대신해 준다. 몇 걸음 앞에는 석조 조형물들 틈틈이 커다란 벚나무들이 꽃을 틔어 흩날리고 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졸졸졸 물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근처에 작은 폭포가 있어 계곡을 따라 물줄기가 흘러간다. 이 물줄기의 끝은 다시 연못을 이루어 연, 노랑어리연, 수련이 자라고 있다. 숲 속의 친구들 역시 놀러 오는데 청둥오리와 왜가리가 놀러 온다. 물줄기를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폭포에 다다르면 무지개를 볼 수 있다. 폭포라고 하기에는 아주 작은 규모이지만 도심에서 이런 물줄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폭포를 지나면 가장 하이라이트인 장소가 나온다. 연못을 중심으로 벚나무가 촘촘히 심어져 있어 벚꽃이 필 때 이곳은 세상 어느 장소보다 아름답다. 어린 벚나무부터 나보다 훨씬 오래 살았을 벚나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가 서서히 지거나 사람이 없을 때면 개구리 소리가 들려온다. 이때의 개구리의 울음은 잘 작곡된 노래이다. 연못에 놓여 있는 아주 작은 다리에 서 있으면 물고기들이 먼저 알아보고 몰려온다. 많이 봐서 얘네들도 나를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몇 그루의 커다란 나무들을 지나면 이 공원의 정문이 나온다. 거의 이 공원을 한 바퀴 다 돌았다. 마지막으로 뒤를 돌기 전 이 넓은 자연을 두 눈에 가득 담고 돌아선다. 가는 길에 아까 보았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이것이 나의 휴식 루틴이다. 위에는 주로 봄에 풍경을 묘사했지만 갈 때마다 보내고 있는 계절의 풍경을 묘사하고 온다. 궁금한 식물이 있으면 찾아보기도 한다. 내 사진첩은 형형색색의 꽃들과 푸릇한 식물들로 가득하다. 정말 많이 가서 어디에 어떤 식물이 있는지 알지만 그럼에도 갈 때마다 새롭게 자라나는 식물들을 발견한다. 많이 걸었던 만큼 돌아오는 길에 발이 아프기도 하지만 나의 완벽한 휴식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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