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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 Dec 06. 2023

갭 이어를 선언하고 가장 하고 싶은 것 "일"

쉬지 않는 갭 이어

 본격 갭 이어를 선언하였다. 정혜윤 님의 <퇴사는 여행>과 <독립은 여행>을 읽고 갭 이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두 권의 책을 읽고 하고 싶은 게 바로 나왔다. 바로 "일"이다. 일이 너무 하고 싶었다. 갭 이어를 가졌던 사람들을 보면 일을 쉬면서 여행도 많이 가고 쉬던데 나는 왜 일이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걸까. 


 먼저 일이 자존감을 채우기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일을 하지 않을 때 자존감이 떨어져 간다는 것을 느꼈다. 쉽게 무기력해지고 자신감이 사라져 간다. 무보수가 아니라면 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수를 지급받는다. 내가 수입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해 준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누군가를 희생시키지 않을 수 있는 수단이 내가 스스로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이 있으면 내가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커피를 마시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와의 약속을 잡을 수도 있고 돈을 모으며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다. 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성장시키고 취미를 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다. 


 일을 한다는 것은 매일 아침 출근을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집 밖을 나와서 걸어야 하고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일터로 향한다. 이 출근이라는 행동은 피곤함과 싫은 감정이 담긴 단어이지만 강제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더 자고 싶어도 출근해야 하니 알람을 끄고 일어난다. 일어나면 씻고 옷도 갈아입고 문밖을 나선다. 그 무겁다는 이불을 치우고 일어난 내가 대단하다고 아침 햇살이 나를 축복해 준다.  출근길 모닝커피는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 집에서 먹는 커피와는 다른 맛이 난다.


 솔직히 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일을 하고 있을 때의 내가 유독 좋다. 일하면서 흘리는 땀에 개운함을 느낀다. 아주 바빠서 물 한 잔 마시기 힘들 때 다 끝나고 쉬면서 마시는 음료 한 잔의 순간을 좋아한다. 과거에도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더 깨달았다. 3개의 일, 일명 쓰리잡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3개의 일을 하게 된 이유는 돈이 더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시간이 되니까, 내가 할 수 있으니까, 일이 하고 싶으니까라는 생각으로 했다. 일을 구하다 보니 시의 빈틈없이 3개의 일로 하루 14시간이 내 하루의 가장 큰 부분으로 채워졌다. 당연히 힘들겠지만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설령 죽을 것 같아도 그전에 관두면 되니까. 그렇게 3월에서 8월까지 4월을 제외하고(투 잡) 쓰리 잡 생활을 하였다. 중간에 포 잡이 될 뻔했지만 이건 정말 무리일 것 같아 양보했다.  쓰리잡을 하면서 미친 소리 같겠지만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최고의 월 수익을 찍기도 했다.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밤늦게 들어와도 밥때를 놓쳐 먹지 못해도 너무 피곤해도 이상하게 그럴수록 너무 행복했고 출근길 아침의 햇살이 좋았고 저녁의 가로등 불빛이 눈부셨다. 다시 이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것이다. 비록 8월 이후부터는 하나의 일을 제외하고는 다 정리하였다. 돈을 버는 일 외에 다른 '일'에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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