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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 Nov 30. 2023

일의 갭 그리고 갭 이어(Gap Year)

공백을 유의미하게 보내는 방법


갭 이어(Gap year)는 학업을 병행하거나 잠시 중단하고 봉사, 여행, 진로 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향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말한다. 


출처 : 위키백과


 '경력에 공백기가 있으시네요?' 면접관이 물어볼 법한 말이다.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공백이 존재한다. 수능이 끝나고 성인이 되어 대학에 가기까지의 시기, 학기가 끝나고 방학,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앞두고 있을 때, 직장에 합격하고 출근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퇴사를 하고 다음 직장을 가기 전까지의 시기 등 누구나 삶의 공백기를 마주한다. 사람마다 같은 공백기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경험한 것, 생각하고 느낀 모든 것이 다를 것이다. 나 역시 삶에서 많은 공백기를 거쳤다. 지금부터 하게 될 이야기는 경력에 공백기가 있다는 면접관에 질문에 대답이 될 것이다.


 



 2022년 2월 늦은 병역의무를 해결하고 전 직장에 바로 돌아가게 되었다. 금요일 날 소집해제를 하고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바로 출근을 하였다. 이 직장에서 2년 반 정도를 일했었기에 3개월의 적응 기간을 거쳐 직급을 약속받고 급여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4월까지만 하고 나오게 되었다.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고 이 일을 오래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두고 6월 말까지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을 하며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다. 


 비가 유독 많이 내리던 6월 말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배우는 과정에 등록하여 다니게 되었다. 재밌었고 하루하루 수업 나가는 게 행복했다. 평소 배우고 싶던 분야였기에 그랬다. 이대로면 개발자가 되어 돈도 잘 받으면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나 싶었다. 


 연말이 되고 새해가 되면서 수업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면접을 보러 다녔고 입사 지원에 한창인 시간을 보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한 번에 합격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고 생각했다. 결과가 좋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열심히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여름에 집이 수해를 입어 수업을 제대로 못 따라가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너무 큰 행운을 바랐던 것 같다.


 2023년 연초가 되었다. 휴대폰이 망가져 바꿔야 했고 생활비도 다 떨어졌으니 입사 지원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알바라도 해야 했다. 알바를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약 20군데를 지원한 것 같은데 한 곳도 연락이 오지 않고 그나마 연락이 온 곳도 대기라고 했다. 알바 구하기도 이리 힘든데 취업은 오죽한가 싶다. 다행히 성수동에 있는 한 유통 업체에서 로봇청소기 A/S를 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로봇 관련 일을 해보고 싶었으니 좋은 기회였다. 일주일에 4번 총 14시간을 일하고 한 달에 약 60만 원 정도를 벌었다. 교육받은 기관에서 포트폴리오 멘토링도 해주었지만 면접은 또 떨어지고 서류도 역시 떨어졌다. 좌절하지는 않았지만 막막한 것은 사실이었다. 핫 플레이스라는 성수동에서 맞이하는 막막함은 조금은 따뜻해진 3월까지 계속되었다.


 어느 날, SNS에서 우연히 성수동에 있는 독립서점에 대한 컨텐츠를 보게 되었다. 이때는 독립서점이 뭔지도 몰랐고 서점은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대형 서점 밖에 몰랐다. 마침 가까운 곳이어서 퇴근 후 찾아가 보게 되었다. 이 서점은 건대 커먼그라운드에 있는 '인덱스 숍'이라는 곳이다. 대형서점에 비하면 작은 서점이지만 카페도 있고 아늑해 보였다. 들어올 때 미닫이문도 좋았다. 돌아보며 책을 보다가 우연히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독립은 여행'이라는 책이다. 여행 관련 책 싫어하는 데 왠지 모르게 끌려서 사 오게 되었고 얼마 안 가서 같은 저자분의 '퇴사는 여행'도 구매하여  바로 읽게 되었다.


 제목과는 다르게 이 책은 여행과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 읽다가 갭 이어(Gap Year)라는 키워드를 발견하였고 뜻을 찾아보니 맨 위 언급한 뜻이 나왔다. 왠지 모를 설렘을 느끼고 두근대기 시작했다. '나도 갭 이어를 가져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곧 실천하기에 이른다. 갭 이어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찾아보니 다들 여행을 하면서 재충전도 하는 시간을 보낸다고 들었다. 그러나 나는 재충전도 여행도 필요하지 않았기에 이 참에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다 해보는 갭 이어를 보내자고 다짐했다.  좋아하는 게 많아서 마케터가 되었다는 저자 님의 말은 결정의 방아쇠를 당겨주었다.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이 정말 많은 나였다. 그렇다면 나는 갭 이어를 보내고 마케터가 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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