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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 Dec 20. 2023

책을 가까이하다 못해 둘러싸이니 책을 읽게 되다.

책에 얼마까지 써봤니?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년 새해가 되면 올해는 33권의 책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한다. 지금까지 지켜지는 해는 없었고 가장 근접했던 해가 20권 정도였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건 아쉽지만 기록이라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올해가 시작되고 마찬가지로 33권의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1월이 지났다. 몇 권의 책을 읽었을까. 다행히 올해부터는 기록을 하기로 해서 엑셀 파일의 입력된 1월의 결과를 보았다. '2'권, 33권을 채우려면 한 달에 3권 정도를 읽어야 하는데 출발이 어째 불안하다. 다행히 2월은 무려 6권을 읽었다! 평균이 맞아가고 있다. 3월도 5권을 읽었다. 이대로라면 33권 정도는 가뿐히 성공할 것 같다. 4월은 몇 권의 책을 읽었을까? 정답은 15권이다. 엥? 갑자기 일 년의 목표 절반 정도를 한 달 만에 달성해 버렸다. 어떻게 된 걸까. 이유를 살펴보았다.


 먼저 쓰리잡을 하게 되면서 경제적 여유를 찾게 된 점이다. 서점을 가는 것을 원래 좋아했는데 경제적 여유가 있으니 읽고 싶은 책을 모조리 살 수 있었다. 자주 갈 때는 일주일 내내 간 적도 있다. '인덱스 숍'을 시작으로 독립서점을 여러 군데 가보면서 관심 가는 독립 출판물들을 구매하였다. 당연히 읽을거리가 집에 늘어났고 책장은 금방 채워졌다. 쓰리잡 생활 중 오전 일은 대기시간이 유독 길었는데 이때 책을 가져와서 읽었다. 가방에는 두 권 이상의 책이 있었고 대기장소가 어두운 공간이었는데 목에 거는 랜턴을 구매하여 사용했다. 하루에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 반 정도를 읽을 수 있었다. 오전 일이 끝나고 오후 일을 갈 때 지하철을 타면서도 읽었고 도착해서 업무 시작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또 읽었다. 이렇게 읽다 보니 따로 시간을 내어 읽지 않더라도 쉽게 15권을 읽을 수 있었다. 자투리 시간의 유용함을 스스로 확인했다. 


 다음으로는 도서관 대출건수의 확대이다. 기존 7권 대출을 할 수 있었는데 우수 대출 회원이라고 하여 10권으로 늘었다. 곧이어 기본 대출건수가 10권으로 늘어 2주에 13권을 빌릴 수 있었다. 연장을 1주일 하여 3주에 13권을 빌렸으니까 한 달에 대략 20권 이상을 빌려 본 것이다. 대부분 13권을 채워서 빌려왔는데 비록 다 읽지는 못하여도 독서량 증가에 충분히 도움을 주었다. 확실히 눈에 보이는 책의 범위를 넓혀주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환경 조성에 공헌하였다.


 마지막 이유는 내 눈, 즉 시력과 관계가 있다. 나는 부동시를 갖고 있는데 쉽게 말해 짝눈이다. 양쪽 시력 차가 심할 때는 1.4가 나올 정도로 차이가 크다. 다행히 물리적으로 좋은 쪽 눈을 다치지 않는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을 거라고 한다. 다만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내 시력이 점점 줄어들어 아무것도 못 보는 시기가 찾아왔다. 잠에서 깬 나는 두려워져서 어쩌면 정말로 내가 무언가를 보고 읽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들어 읽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많이 접하다 보니 책을 빌리고 구매하는 비용도 증가했다. 내 방에 책이 차지하는 부피도 늘어났다. 그 결과 나는 33권을 넘어서 100권을 넘게 읽을 수 있었고 현재 진행 중이다. 갭 이어를 하면서 얻게 된 긍정적 결과 중 하나다. 다독이 꼭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루빨리 늘리고 싶었기에 다독을 택했다. 이 간접경험은 경험이 부족한 나에게 큰 자산이 되었다. 향후 만나는 사람들과 네트워킹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책 추천도 해줄 수 있었다. 당분간은 계속 다독에 집중하고 싶다. 책은 많고 듣고 싶은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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