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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 Dec 27. 2023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일하는 갭 이어라니.

 올해 초 취업이 되지 않아서 생활비를 벌려고 20군데 넘는 아르바이트에 지원하였지만 연락 온 곳은 없었고 다행히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하게 된 일은 로봇청소기 A/S를 하는 일이다. 예전에 로봇 청소기 A/S업무를 지원한 적 있지만 그때는 가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하게 된 업체는 유통업체이고 예전에 지원하였던 곳은 로봇청소기 제작 회사였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A/S를 하더라도 로봇 제작 업체에서 하는 것이 더 배울 것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로봇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고 고등학교 때부터 말하고 다녔지만 서글프게도 실제로 하게 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거의 10년 후의 일이 되었다. 조금의 연결점이라도 닿고 싶어서 이 일을  되기를 바랐다. 지금에서 생각해 보니 다행히 간절함이 닿았던 것 같다. 물론 이 일은 로봇 관련 일과는 거리가 많이 멀 것이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회사는 성수동에 위치해 있다. 성수동은 핫 플레이스이고 요즘 많은 IT 회사들이 성수동에 위치하고 있다. 꽤 많은 로봇 회사도 성수동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오랜 신문 스크랩을 통해 알고 있다. 다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일하는 곳까지는 역에서 거리가 좀 있어 걸어가며 성수동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거리가 꽤 이뻐 보여 설레었다. 괜히 핫 플레이스가 아닌가 보다. 관광객도 많았다. 내가 근무하게 된 시간은 월요일은 13-17시까지 화~목까지는 13-16시까지였다. 금요일은 일이 없다. 시간이 살짝 짧아 아쉽다고 생각했지만 남는 시간에 취업 준비와 공부를 하면 되니까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일하게 된 회사는 로봇 업계 회사가 아닌 유통 업체이다. 따라서 A/S가 단순 교체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았다. 전 직장에서 네트워크 기기를 취급했지만 마찬기지로 유통 업체였기에 A/S 방식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예상은 맞았다. 다만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는 있었다. A/S를 처리할 부분은 상태를 체크하고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모터 및 부품을 교체하는 것, 청소기의 회로 부분을 교체하는 것이었다. 교체가 다 끝났으면 다시 테스트를 하고 재포장을 하여 택배 송장을 뽑아서 보내는 방식이었다. 재포장을 하고 택배 송장을 뽑아 보내는 것은 전 직작에서 매일 하던 일이라 이미 전문가이니 걱정 없었고 문제는 로봇 청소기 부품 교체였다. 이마저도 평소 집에서 이런저런 전자제품을 많이 뜯어봤고 취미로 로봇도 만들고 있다. 게다가 전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일은 살짝 지루했다. 일단 A/S 량이 그다지 많지가 않았다. 배터리 확인을 위해 충전을 하는 중에는 다음 단계를 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모터나 다른 부품들을 교체할 때는 로봇청소기를 분해해야 했기에 시간이 꽤 소요되고 재밌었지만 매번 하는 일은 아니었다. 이번 A/S를 끝으로 회사에서도 로봇청소기를 정리한다고 하니 더욱더 일이 줄어들고 있었다. 끝내 나는 지루함을 더 견디지 못했고 마침 다른 아르바이트가 오전과 늦은 오후에 있었기에 그만두게 되었다. 



 이때의 로봇청소기를 A/S 했던 일은 전혀 의미 없지 않았다. 향후 이야기할 로봇 스타트업 근무에서도 도움이 되었고 취미로 로봇을 만들 때 도움이 되었다. 로봇청소기 분해를 많이 해서 로봇청소기의 구조도 다 알 수 있었다. 이 점이 꽤 인사이트가 되어 쌓였다. 역시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고 이 일로 인해 나의 갭 이어 중 쓰리잡 생활이 촉발되었다. 갭 이어를 선언하고도 일을 하려면 적어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로봇 관련 일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로봇'을 키워드로 구인구직 사이트,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찾아보게 되었다.



 사람이 언제나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 번쯤은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좋아하는 일을 찾고 계속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이라 다행이고 만약 잘 맞지 않거나 생각과 다르다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 닿은 걸까 어느 날 우연히 한 로봇회사에 공고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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