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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Apr 22. 2023

나를 지킬 줄 아는 사람

찰나의 순간이었다. 불편한 감정이 확 몸을 에워쌌다. 머릿속에서는 '스트레스를 받다' 라는 문장이 생성됐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크게 심호흡 두 번 하라는 글을 금세 떠올려냈다. 심호흡을 하긴 했는데 효과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 순간에 그걸 떠올린 내가 좀 기특했다. 마침 쥐고 있던 펜으로 눈 앞 종이에 그렇게 적었다. "나는 나를 지킬 줄 아는 사람"


나는 눈치를 보는 사람이고, 그는 눈치를 보게 만드는 사람이다. 누구도 탓할 수 없고 여기에는 어떠한 가치도 없다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남 눈치를 살피고, 누구든 나와의 시간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나의 습성은, 착함도 바보같음도 아닌 그냥 '나'일 뿐이다. 그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그걸 거리낌없이 막 말하지는 않고, 비언어적으로 표현하는 사람. 그게 그 사람의 속성일 뿐이다. 여기까지 이해하는데 몇개월이 걸렸다.


눈치보는 사람이, 눈치보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면, 종종 주도권을 잃는다. 나의 의견이나 생각과 감정을 스스로 배제하고 날 잡아드슈 하는 심정으로 모든 걸 내맡기게 된다. 정도는 다르지만 나는 이런 경험이 여러번 있다. 그래서 터득했다. 그 순간 정신차리고 나를 지키는 방법을. 그게 맨날 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어느날 나를 눈치보게 하는 사람 앞에서, 어떠한 의견도 내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네가 뭘 알아" 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온갖 비언어적인 태도로 나의 의견을 밀어내려 하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는 목소리가 쪼그라들고 말을 끝까지 못맺게되고 갑자기 호흡이 가빠진다. 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말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궁지에 몰리는 느낌이 든다. 내가 잘못한 것 같다. 나는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만 같다.


그 사람의 한숨소리만 들어도 내 근육들이 얼어붙는다는 걸 느꼈을 때, 나는 비로소 '나를 지켜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 누구도 나를 공격할 수 없게 만드는 건 결국 나의 몫이라는 것. 상대방이 풍기는 불쾌한 감정을 전가받지 않고 나는 내 할 일을 열심히 해야한다. 그게 내가 나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감정적인 피드백이 와도 "네" 정도로 짧게 대화를 끝낼 힘이 생겼다. 물론 심호흡을 두 번은 하고 말이다.


시절마다 내게 주어진 미션이 있는 느낌이다. 이런 저런 사람을 경험해봤으니 이번엔 이런 사람도 경험해봐. 혹은 지금 네가 넘어야 할 산은 이것이란다. 하는 것. 나는 내 앞에 도래한 나의 또다른 과제를 함께 넘어줄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내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아이들. 그래서 또 손 붙잡고 산을 하나씩 넘을 힘이 나는 거 같다. 나는 더이상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늘 나를 지키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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