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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라 Mar 27. 2019

저녁 무렵의 경주

film photograph
















대릉원 주변을 느릿느릿 거닐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보랏빛 노을로 물든 경주의 모습



















구름의 모양이 물결 같았다






































걷다보니 

어느새 황리단길




























































양말을 신다가 넘어지는 고양이 스티커와 자수가 놓인 크리스마스 카드 두 장을 샀다.

카운터의 여자가 그것들을 무가지에 싸서 포장해주었다. 

나는 가끔 이런 포장지를 보면 무언가 재미난 내용이 담겨있기를 은근히 기대하곤 하는데, 

살펴보니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아쉬웠다.









뒷모습








































































































경주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다. 

허물어지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몇 달 뒤 다시 경주에 방문하게 되면 

지금 이 사진 속 건물은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해있으리라.















경주에 가면 꼭 들르고 싶었던 

찻집 <능포다원>


능포다원은 영화 <경주>의 촬영지 중 한 곳이다.

sh와 나는 저녁 8시 무렵의 늦은 시각에 방문하였다. 

우리는 주인의 안내를 받아 좌식 테이블에 앉은 뒤 황차를 주문했다.

영화 속에서 최현이 마시던 차여서 마셔보았는데 아주 맛이 좋았다. 


장률 감독은 실제로 경주에서 이곳 <능포다원>에 들렀다가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날의 기억이 오래도록 그의 마음속에 남아 영화 <경주>가 만들어진 것 같다.

여주인이 차를 따라주며 옆에 앉아 도란도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여주인은 우리의 옆 테이블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로 옆에 있었기에 대화의 내용이 고스란히 들려왔는데, 거의 자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또 지진과 같은 걱정거리라든가 앞으로의 거취 문제 등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여주인이 젊은 여자처럼 느껴졌다가 내 어머니 연배의 중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수많은 다기들이 놓여있고 곳곳에 그림이 걸려있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 때문인지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주인은 우리와는 영화 <경주>와 황차, 사주팔자, 직업과 관련된 대화를 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차를 몇 잔 따라 마시다가 주변에 놓여있던 책과 잡지를 펼쳐 읽어보았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찻집을 운영하는 여주인은 영화 속 춘화를 그린 교수의 부인이었다. 

그러니까 여주인과 춘화를 그린 이는 부부사이였다. 여주인은 남편의 그림을 찻집 곳곳에 걸어두었다. 

그 그림들은 모두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여주인의 얼굴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또 능포다원의 "능포"는 임금 무덤 '능'과 물가 '포'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무덤이 지척에 있어 '능', 포구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 되기를 바라며 '포'를 따와서 지은 이름이다. 

이 찻집은 영화 <경주>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면서도 차의 향 또한 좋았기에 다시 한번 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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