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photograph
강릉 겨울바다,
안목해변에 가보았다.
날이 추워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새들에게 먹이를 던지던 사람들
바다를 바라보며 서있다가 새들의 무리를 가만 보는데 sh가 말을 꺼냈다.
"쟤들 다리 색깔이 다 다르네. 하얀 것도 있고 노란 것도 있고 빨간 것도 있어."
sh의 말을 듣고 보니 새들은 정말 각기 다른 색깔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발까지 전부 같은 색으로 이어져있어서 마치 스타킹을 신은 것처럼 보였다. 하얀 스타킹, 노란 스타킹, 빨간 스타킹…… 모두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서의 관점이겠지.
나는 새들의 날갯짓이나 먹이를 쪼아 먹을 때의 몸짓을 주로 관찰하고 있었는데 sh는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나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은연중에 sh가 나와 비슷한 시각으로 새들을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탓에 sh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그러고 보니 여태 새들의 다리를 유심히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히치콕의 영화 <새>를 본 뒤부턴 저렇게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새들이 언젠가 나를 덮쳐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 때문인지 약간의 두려움 없이 새들을 자세히 관찰해본 적이 드물었다. 그러나 새들은 정말이지 서로 각기 다른 존재이다. 나와 sh가 같은 인간임에도 아주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존재이듯 말이다. 인간인 나의 눈에는 모두 비슷해 보였지만 새들은 서로 다른 날개의 선과 깃털의 무늬, 부리의 모양을 하고 있다. 물론 sh의 말대로 저마다 다른 색깔의 다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새들은 오늘도 가느다랗고 선명한 색깔의 다리로 해변을 거닐 것이다. 가볍게 모래를 움켜쥐는 발톱의 날카로운 정도도 모두 다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