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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현 Nov 07. 2024

>고양이의 꿈 1< 콜카타 Kolkata

소설에서 빠진 부분을 채워 넣습니다.



고양이가 눈을 떴을 때 아주 무섭게 번뜩이는 눈 하나가 보인다. 아니 정확히는 세 개. 아주 또렷하게 고양이를 응시하는 양 눈 사이에 세로로 세워진 눈 하나가 더 있다. 화려한 금빛 왕관을 쓰고 여덟 개나 되는 팔을 가진 여인, 붉은빛 옷자락이 너울너울 눈앞에서 바람을 일으키니 온몸에 털이 쭈뼛선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아주 두껍고 진한 그녀의 검은 아이라이너에 단단히 겁을 먹은 고양이가 입을 오물거린다. 당신은 모든 기억을 가진 자가 아니었던가. 나무 위에서 세상만사 초탈한 듯 내려다보던 자가 아니었던가. 고양이는 별안간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헷갈리면서 자신에게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나무 밑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간절한 그 얼굴 하나하나, 자신도 지금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끝도 없이 이 말을 중얼거리는 걸 보면. 당신은 누군가요?     


두르가 여신.     


그녀가 입을 떼지도 않았는데 어디선가 알려주기라도 한 듯 그녀의 이름이 기억났다.

여신이라고요? 신이 왜 이렇게 무섭게 생겼어요?

모든 것을 당장이라도 다 쓸어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자태와 아우라에 고양이는 등을 바싹 올려 세운 채로 아주 낮게 가르릉-한다. 혹여 격노한 여신으로부터 삼지창이라도 날아오는 건 아닌가 싶어 그녀의 손을 응시하며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소리는 안으로 삼킨다. 뒤집힌 수레바퀴 위에 검은 까마귀 무리가 까-악 까---아악 요란하다. 길 위를 만지는 그건 낡은 나무가 삐걱대는 소리, 쉰 울음이다. 인자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여신의 양옆으로 애완동물처럼 얌전히 앉아 있는 사자 두 마리가 오히려 덜 무섭다. 게다가 주변은 갈수록 어찌나 시끄러운지 정신을 차리려고 애써도 시야가 이리저리 마구 흔들린다. 여기는 대체 어딜까. 고양이는 두르가 여신의 눈이 향하는 방향으로 돌아앉아 주변을 살핀다. 거리는 온통 금빛으로 물들었다. 고양이가 앉은 이곳, 신전이다. 신전 전체가 흔들리니 꽃의 향과 오물의 냄새가 한데 뒤섞이고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들과 길거리에 누운 맨발의 부랑자들이 앞뒤로 지났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웃는다. 갖가지 화려한 꽃으로 뒤덮인 가마에 실려 여신과 함께 빛의 향연 속으로 행진 중이다. 축제다.


고양이는 두르가 여신의 붉은 옷자락에 숨어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본다. 이토록 흥겨운 축제 마당에 도무지 나갈 수가 없다. 두렵다. 빛을 밝힌 거리마다 두르가의 눈동자가 닿는다. 무수한 눈동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고양이 대신 숨겨진 구석구석의 이야기까지 놓치지 않고 들여다본다. 그녀는 듣는다. 욕망이 들끓는 소리부터 가장 신성한 기도까지, 그 모든 울림을 흔들림 없는 눈으로 응시한다. 고양이는 몸을 들썩이며 몇 번이나 뛰어내리려 했다. 연꽃이 그림처럼 떠 있는 고요한 호수를 지날 땐 마음으로는 이미 그곳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이내 꽃가마가 흔들렸고 그 고요는 금빛 물결 속으로 사라졌다. 막아도 들리는 소리, 숨을 쉬는 한 느껴지는 길의 모든 조각들, 여전히 두렵다.


고양이를 태운 꽃가마는 어느 골목으로 접어들자 위태롭게 휘청이며 멈췄다. 멈춘 자리에서 눈을 들어 앞을 향하니 한 여자가 흙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점토를 만지는 손길에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다. 고도로 집중한 눈이 고양이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성기게 땋은 머리칼 끝과 이마, 뺨 여기저기에 흙을 묻힌 그녀의 얼굴 뒤로 방금 탄생한 여신이 있다. 두르가. 저마다 다른 두르가. 모두 여신이다. 그녀의 손에서 갓 만들어진, 색을 입히기 전의 그 모습에 고양이의 눈은 두 배로 커졌다. 찐빵처럼 둥근 얼굴을 갸웃거리며 푸른 눈을 껌뻑이니 여린 갈색빛의 눈이 천진하게 웃는다. 고양이는 유일한 재산인 자신의 금빛 노트를 떠올렸고 그게 거짓말처럼 꽃마차 속으로 툭-떨어졌다.


당신의 존재는 나의 평화입니다.


어라, 노트에 남은 그 문장이 또렷하다. 파리에서 눈을 보고 온 무명 1로부터 남은 흔적, 자신의 필체가 틀림없다. 이게 정말 꿈일까? 어쨌든 무슨 상관인가. 그저 난 무언가에 닿고 싶을 뿐이다. 고양이는 글자를 적는다. 불안한 손끝을 조심히 눌러가며.     



숨이 막히는데 피할 곳조차 없다고 느꼈어

어딜 가도 같았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정돈되지 않은 곳에 와 있다고 생각했어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모든 자극이 강렬하게 나를 덮쳤어

들끓는 열기 속에 그보다 더 뜨거운 사람들

그들이 만드는 모든 자극은 나를 아프게 했어

악취가 코 끝을 떠나지 않았고

소음이 한낮처럼 쉬지 않고 떠돌았어

실제로 몸이 아팠어. 먹을 수도 잘 수도 없었어     


그때 발견한 커다란 호수

모든 소음과 악취를 다 삼킨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고요히 흐르고 있었어

그 안에 연꽃이 떠 있어

그리고 호수 반대편에 두르가 여신이 보여

그들이 그렇게 불러

여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천국이 아니라 죽음의 노래야

자비를 구하는 자에게

아주 무서운 얼굴로

죽음을 내려     


하나의 문을 사이로 전혀 다른 색의 공기     


내가 이동한 건

정말 공간일까     

마음이야

계속 흐르는 건 나의 의식이야     

같은 공간을

천국처럼 앉아 있는

너의 눈이 그걸 알려줬어          



흙을 만지던 여자가 눈동자를 정성스레 그려 넣으니 눈이 말한다.           


오, 쿠스로여, 사랑의 강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네.

그 강에 뛰어든 자는 빠지고,

빠진 자만이 강을 건너리.          



Hazrat Amir Khusrau의 시가 귓가에 울린다. “오, 쿠스로여, 사랑의 강은…” 구절이 바람결에 속삭이듯 번져간다. 푸른 눈에 비친 장면들이 천천히 떠오른다. 개와 염소, 아이들, 꽃이 하늘을 난다. 꽃가마에서 내려온 사자 두 마리가 끝없는 광야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린다. 성모 마리아가 푸른 옷자락 사이에 감춘 레드 와인을 꺼내 드니 마더 테레사 수녀가 기뻐하며 춤을 춘다. 그들 사이로 방글라데시 청년이 동전을 꽃처럼 흩뿌리며 지나가고, 두르가 여신의 눈을 닮은 인도 여자가 바람결을 노래한다. 복숭아빛 고운 사리를 입은 그녀의 목소리가 성자의 담배 연기처럼 온 사방으로 흩어지니 타고르가 흙바닥을 고르고 붉은색 그림을 그린다. 고양이의 팔에 그의 글자가 새겨졌다.      



나는 땅의 수많은 경계에 걸쳐 있지만 나의 영혼은 그 경계를 넘는구나.






https://youtu.be/OV_grVrNbJM?si=SPWXzop7WmohKmJn

My friend, Sreshtha
Dear future, Shambhabi





++아래는 사진과 글을 공유하고 싶은 인도 친구가 있어서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아 영문으로 옮긴 것입니다. 같은 내용입니다.++



>Cat’s Dream 1: Kolkata


When the cat opened its eyes, it saw a terrifying, glinting eye—no, three eyes. Two eyes stared directly at the cat with fierce intensity, and in between them was a third eye, upright and unblinking. The woman wore a dazzling golden crown and had eight arms. The flow of her crimson robes created gusts in front of the cat, making its fur stand on end.


Who are you?


Startled by her thick black eyeliner, the cat’s mouth moved silently. Wasn’t this the one who held all memories? The one who gazed at the world from atop a tree, detached from everything below? Suddenly unsure of its own existence, the cat remembered the people who would gather at the foot of the tree, hoping she would reveal their truths. Each face, pleading, searching… The cat might look the same now, endlessly muttering the same question: Who are you?


Durga, the goddess.


The name surfaced, though she hadn’t spoken. A goddess? Why does she look so terrifying? Her powerful aura, as if ready to sweep everything away, made the cat arch its back, letting out a low, muffled growl. It watched her hands warily, fearing a trident might fly its way, holding its breath in silent restraint. Black crows cawed raucously on an overturned cart. Their cries blended with the creaking of worn wood and the hoarse groans of the streets. The two lions beside her looked less fearsome in comparison, sitting like obedient pets on either side of her. The din around the cat grew louder and more chaotic, and even as it struggled to regain focus, its vision swayed uncontrollably. Where am I? The cat turned in the direction of Durga’s gaze, scanning the surroundings. The streets were drenched in golden hues. This was a temple, the cat realized, one that pulsed with the mingled scents of flowers and filth. The elaborately adorned women and barefoot vagrants passed each other as they filled the streets. People ate, drank, and laughed, while a procession carrying Durga on a flower-covered palanquin made its way through the lights. A festival.


From beneath Durga’s crimson robes, the cat watched the scene unfold, afraid to step into this joyous celebration. Wherever light illuminated the streets, Durga’s gaze followed. Her countless eyes missed nothing, even the hidden stories lurking in shadows. She listened, not just to the sacred prayers but to the fervent whispers of desire, her unblinking eyes calm, resolute. The cat stirred, preparing to leap multiple times. When they passed a serene lake with lotus blossoms floating like a painting, it felt its heart reaching to touch the stillness. But soon, the palanquin swayed, and the lake’s calm dissolved into golden ripples. The clamor, unavoidable; the fragments of the streets, inescapable. Still afraid.


The flower palanquin carrying the cat staggered precariously as it turned into an alley and then came to a halt. From where it had stopped, the cat lifted its gaze and looked ahead, noticing a woman shaping something from clay. Her hands moved over the clay with neither hesitation nor doubt, her intense focus making the cat’s heart race. Behind her, with soil smeared across her loosely braided hair, forehead, and cheeks, stood a goddess who had just been born. Durga. Each Durga was unique. Each one a goddess. The cat’s eyes grew twice as large, mesmerized by the freshly crafted figure, still unpainted, emerging from her hands. Tilting its round, bun-like face and blinking its blue eyes, the cat met her gentle, innocent brown eyes, which gleamed with a childlike smile. The cat thought of its only personal belonging—a golden notebook. As if by some magic, it dropped into the flower palanquin with a soft thud.


Your existence is my peace.


Strange, the words left on the notebook stand out clearly. A trace from Nameless 1, whom I met in Paris, yet it’s undeniably my own handwriting. Is this truly a dream? But what does it matter? All I want is to reach something, anything. The cat begins to write, pressing its unsteady fingertips carefully down onto the page.



It felt like suffocating, with nowhere to escape.

No matter where I went, it was all the same.

This place felt like the most chaotic in the world, every sensation crashing into me with fierce intensity.

In the scorching heat, there were even hotter souls.

Every sensation they created hurt me.

The stench clung to my nose, and noise drifted around endlessly, like the midday sun.

My body actually hurt. I couldn’t eat or sleep.


Then I discovered a vast lake, one that absorbed every noise, every odor, flowing silently, untouched.

Lotus flowers floated in it, and on the far shore, I saw Durga.

That’s what they called her.

The story she told was no song of heaven but a song of death.

To those who begged for mercy, she brought death with a terrible face.


A door, one space between worlds of entirely different air.


Was it a place I moved through?

No—it was my mind. A continuous flow, my consciousness.


The same place, but with your eyes gazing at it like heaven, showing me this truth.



As the woman molding clay carefully painted eyes onto the statues, they began to speak.


Oh, Khusrau, the river of love flows in strange directions.

Only those who fall in it will drown, 

and only those who drown will cross it.


The verses of Hazrat Amir Khusrau echoed softly, "O Khusrau, the river of love..." The words drifted through the air like whispers on the breeze. Scenes reflected in the cat’s blue eyes began to surface slowly—dogs and goats, children, flowers floating through the sky. The two lions of the flower palanquin charged fearlessly toward the endless wilderness. Mother Mary lifted a red wine hidden within her blue robes, and Sister Teresa danced with joy. Among them, a young Bangladeshi man scattered coins like petals, and an enchanting Indian woman, with Durga’s gaze, sang to the wind. Her voice, draped in the gentle peach hues of her sari, scattered like the saint’s cigarette smoke into the air, while Tagore leveled the earth, painting it in red. The cat’s very arm bore his words, etched into it.


I am bound by countless borders of the earth, yet my soul transcends them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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