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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현 May 25. 2024

소설 공모전 제출




소설 공모전에 제출했다.


시나리오로 바꿔보려다가 시나리오 제대로 써본 적도 없는데 너무 벅차서 일단 영상화하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마음으로 조금 수정하여 제출했다. 이로써 소설은 당분간 바이바이다. ^^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무언가 글을 볼 때도 스토리가 음악과 이미지로 구현되면 어떨까 상상을 잘해보는 편이다. 내 글도 언젠가 그렇게 되길 꿈꾼다. 뭐 꿈은 꿈일 뿐, 구체적으로 이게 내 삶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내 인생에서 좀 특이했던 한 번의 경험 때문인지 여전히 기회만 되면 한 번씩 꿈꾼다.ㅎㅎ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 는 가능성을 혼자 맛본 추억.. 이 오래간다.

 


시나리오나 영상, 글, 뭐 딱히 배우거나 써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인지 당시 아주 참신한 형식으로 제출했다. 나중에 보니 지키라는 형식도 안 지키고 막 써서 냈는데 그 트리트먼트가 뽑힌 거다. 이건 여태껏 좀 신기하다. 씨제이에서 주관하는 모 시나리오 공모전이었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해서 이게 대체 무슨 일.. 하며 씐나게 갔었다. 씐나게 간 거에 비해 너무 멍충하게 있다가 그냥 왔는데... 아마추어 같다느니, 내 스타일 아니라느니.. 그런 심란한 혹평에도 혼자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내가 마치 무대에 선 것처럼 핀조명이 나를 쏴주고 심사위원들이 그 앞에 조르륵 앉아 내 글만 보면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데 기분이 나쁘면서도 너무 즐거운거다. (혹평보다 하나의 칭찬에 의미와 가능성을 크게 부여했던 것 같다. 정신승리에 가까움ㅎ) 이런 장르의 면접은 처음이라 마치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된 느낌이었다.

결국 마지막에 영화화된 그 시나리오 대여섯 편이 되지는 못했지만 나를 설레게 한 특별한 추억이다. 그리고 가슴 한 구석에는 언젠가는. 그 말을 자꾸 중얼거리게 만들었다.




소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고양이의 꿈)은 여하간 끝이 났어요!






++

기획의도


해당 소설은 제가 실제 방문한 지역과 사람들에서 영감을 받아 쓰기 시작했고 쓰는 시점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글을 완성하는 즉흥적 변주가 되었습니다. 시간, 기억, 인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의 존재의 의미 없음이 아주 허탈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음을, 타인의 눈에서 보는 것이 조금은 새롭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등장인물 소개

     

고양이; 세상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음. 새하얗고 찐빵처럼 동그랗고 큰 얼굴이 특징임. 나무 위에 살고 있음. 자는 걸 좋아해서 주로는 자고 있고 꿈을 많이 꿈. 커피도 마시고 글도 쓸 줄 안다. 가끔 노래도 부르는데 못 들어줄 지경임.      


여자(한국 사람); 여기저기를 쏘다니길 좋아함. 구불구불 긴 머리를 하고 있음. 아이를 잃어버리고 이름 모를 섬에 도착, 이름이 없음.      


윤, 남자(한국 사람); 즉흥을 두려워하면서도 여기저기 다니고 경험하길 즐김. 소심한 듯 대범한 구석이 있음.      


프랑스인 수도사; 파란 눈에 그레고리안 성가를 잘 부름.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죄책감에 시달림     


파드마, 시리아 소녀; 갈색 눈에 터키에 사는 난민, 길에서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하며 지냄     


닉, 쿠바인 춤 선생; 무한 긍정, 유머로 죽은 흥도 살려내는 기적을 일으킴, 막대기에도 춤 혼을 불어넣을 수 있음, 남자와 여자의 춤 선생, 특이한 점은 흑인인데 푸른 눈을 가짐     


히잡을 쓰고 춤추는 여자; 길거리에서 비둘기를 보던 남자와 눈이 맞아 하룻밤을 보냄     


에드가. 스페인 남자; 호박색 눈, 손가락이 가늘고 예쁨.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에게 난데없이 시를 써줌, 영화를 만들고 있음     


광인; 하와이에서 만난 백발의 노인, 화산을 목격한 기억이 있으며 새소리를 기가 막히게 냄.     


하와이 빅 아일랜드에 사는 여자;  회색빛 눈, 유명 작가를 양아버지로 둔 작가 지망생, 편의점 무수비와 파란 음료를 좋아함     


아이: 푸른 눈을 하고 주로 하얀 방을 지키고 있음, 책을 좋아하고 (아무도 없어도) 등불을 수시로 점검하고 켜둠. 시공간을 초월해서 여기저기 잘 등장함      


거북이; 멕시코에서 탄생하여 이름 모를 섬까지 오래도 살아남아 세상 구경 중임, 가끔 여자 앞에 나타나 감동을 주기도 함. 배추를 잘 먹음     


기타 사막여우, 물개, 돌고래, 백문조, 비둘기 등 출연               



로그라인


당신이 여길 떠나 마주하는 사람 중에 가장 인상적인 눈(eye)을 찾아오세요. 그 눈에서 무얼 보았는지 내게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누군지 알려줄게요.               


기     


아이를 잃어버린 여자가 작은 섬에 닿는다. 거기서 여자는 책을 하나 발견하는데. 그 책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작은 섬에서 발생한 믿을 수 없는 일에 대해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몽땅 잃어버린 사람들은 모든 걸 기억하는 고양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한 나무 아래로 모였다. 타인에 대한 정보는 세세하게 기억하지만 자신에 대한 것이 다 사라진 사람들은 간절하다. 자신이 누구인지.

고양이는 말한다.

당신이 여길 떠나 마주하는 사람 중에 가장 인상적인 ‘눈(eye)’을 찾아오세요. 그 눈에서 무얼 보았는지 내게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누군지 알려줄게요. 시간이 지나도 그곳에 남은 사람은 일곱 명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일곱 명의 사람들은 각각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자신이 발견한 ‘눈’을 찾아서 고양이에게 간다. 파리, 코냐, 몰타, 멕시코, 쿠바, 사막, 아를르, 하와이, 한국 서로 다른 곳에서 찾은 각각의 눈은 사라진 그들의 기억을 건드린다. 그리고 그걸 듣는 고양이는 그 기억에서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을 자신의 노트에 기록한다.                




사람들의 기억을 찾는 여정에 함께 한 고양이는 어느 날 자신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반대편 해변에는 가본 적이 없다. 거기에 가면 섬에서 가장 크고 투명한 거울이 있다고 했다. 그걸 확인할 생각에 설레고 흥분되어 낯선 길을 한달음에 갔다. 그리고 보았다.

물결처럼 구불구불한 밤색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트린 한 여인을.                



결     


자신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지워진 고양이는 새로운 섬에 도착한다. 이 섬에는 ‘모든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일부가 그런 것이 아니고 이 섬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그러하다. 심지어 어떤 이는 지구가 만들어졌을 때 그 태초의 기억까지 가지고 있다고 한다. 거기서 고양이는 여자를 다시 만나고 그 여자에게 미래를 모두 기억하고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그 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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