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anyways.

추운 겨울 그곳에 한 번 다녀오겠습니다:)

by Iris K HYUN




제목은 몇 해 전인가 내가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로렌스 에니웨이(Laurence anyways, 2012)를 떠올리며 적어보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로렌스는 현재 그가 어떤 모습('그는 점차 여자로 변해간다 아..')으로 존재하는지와 상관없이 과거도 현재도 여전히 '그는 그'였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그런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렇다고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예상되는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고, 모든 것을 포용하며 극적 재회로 짜자잔하고 마무리되는.. 그런 통상적인 것이 아니어서 좋았다. 영화는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으며.. 거의 타이타닉 급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데 화려한 색채와 이미지의 과잉처럼 보이는 장면들 사이에서(개인적으로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이런 식의 연출이 너무 좋다!) 그들의 선택은 꽤 현실적이다. 그런 까닭에 그 포용이라는 것 내지는 상대에 대한 감정의 깊이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로렌스였다.


Laurence_Anyways_pic_05_3.jpg 여주인공의 마음을 그대로 시각화한 듯 거침없이 내리쏟아지는 물줄기의 향연



여하튼 영화의 이야기를 주구장창 하고자 한 것은 아니고;;

제가 곧 파리에 가게 될 터인데, 가서 혹은 다녀와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곳에 적겠다는 예고를 살짝 해보기 위해 또 이렇게나 긴 서론을 남긴다. 사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꾸준히 좀 쓰자는!

추운 날씨에는 처음으로 보게 될 그곳이.. 그럼에도 좋은지 한 번 체험해 보고 오려한다. Paris anyways?

단지 정말 추운데도 좋은지 알아보러 가는 건 아니지만^^; (정말 춥고 배고프고 스산하기 짝이 없구나를 느끼고 올 지도 모르겠다)



내 지인 중 몇은 파리가 대체 왜 좋은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우울하고, 더럽고, 불친절하고..

낭만을 기대하고 갔던 어떤 이는 집시에게 소매치기를 당하고, 지하철 냄새에 헛구역질까지 하며 그놈의 파리가 아주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했다. 또 관광객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의 경우는 그 또한 치열한 삶의 현장이기에 낭만이 대체 뭐람 하며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어머 낭만적이야 하며 와인잔을 부딪칠 날보다 뭐 하나를 해결하려 해도 느려 터진 행정절차에 가슴을 칠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스무 살 때 멋모르고 오 샹제리제를 가슴에 품고 갔을 때의 그 낭만적 느낌으로 파리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물론 도시가 가진 특유의 감성적 분위기 자체가 좋기도 하다. 어쩌면 이도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Paris라는 이미지 자체를 나도 모르게 소비하며 생긴 고정관념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모든 걸 떠나서 파리는 희한하게도 매번 갈 때마다 마치 오래 머물렀던 곳처럼 편하고, 오랜만에 가도 그리 낯선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어도 다른 곳보다는 쬐금 덜 불안하달까.


그곳에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아 올 수 있길 희망하며.. 일단 다녀올게요. 혹여 너무 기대는(안 하시겠지만ㅎ) 마세요. 늘 그렇듯 거창한 것들은 없을 거니까요.

Paris anyways.


18_32_01__530b11914afd7_59_20140224183008.jpg Laurence anyways, 2012



여태까지의 삶의 시간은 내가 결석한 꿈속의 교실 같은 거였다. 그러니까 프랑스로 떠나기 전부터 나는 이미 어딘가에 떠나 있는 상태였으며, 그곳에 다녀오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어딘가를 헤매는 나를 다시 데려오는 것었다. - 중략- 각각의 개인들에게는 너무도 소중하나 타인에게는 번역되기 어려운 마법의 순간들이 있다. 이런 미스터리들이 고스란히 삭제된 삶이란 얼마나 삭막한 것일까.


- 앙리 4세의 눈썹을 가진 고양이, 하수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