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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림 Jun 19. 2019

아이는 없지만 고양이랑 식물은 있는데요.

우리 부부가 사는 법 #1

연애한지 딱 8년째 되는 날인 2018년 5월 16일, 남편과 혼인신고를 했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결혼식은 하기 싫었던 우리는 일단 법적인 부부가 되기로 했다. 양가 어른들이 결혼식 안해도 후회하지 않겠냐, 왜 하기 싫어하는거냐 라며 의아해하셨지만 예식장을 30분 빌려 공장처럼 찍어내는 지인들의 결혼식을 보면서 어느 순간 나는 결혼식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피어올랐던 것 같다. 결혼식이 우리보다는 양가 어른들의 행사가 되는것도 싫었던 것 같다. 우리의 결혼식에는 우리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니까.


우리에겐 결혼식보다 더 중요한 계획이 있었다. 바로 교외의 전원주택에서 생활해보는 것! 우리는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대신 경기도에 있는 타운하우스를 계약했다. 이사를 가면 주택마당에서 가족끼리 소소한 홈웨딩을 하는 것으로 가족들의 서운함을 달래주기로 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이사를 가게 될 것 같은데 요즘엔 그 설레임이 우리의 가장 큰 낙이다.


결혼생활을 한지는 이제 1년쯤, 하지만 결혼전부터 둘다 타지생활을 하면서 가족처럼 지냈기에 연애와 결혼의 차이가 뚜렷하지는 않다. 이젠 각자의 집 대신 함께 사는 집이 있다는 것과 서로를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아닌 남편과 아내로 소개한다는 것 외에는. 그마저도 둘 사이의 호칭은 바뀐 것이 없기 때문에 사실 남편이라는 호칭도 아직은 조금 쑥쓰럽다.


남편과 나는 24시간을 함께 보낸다. 함께 작은 회사를 운영하지만 모든 직원이 재택으로 근무하는 시스템이라 침실에서 일어나 서재로 출근한다. 그는 보통 마케팅 기획 및 운영에 관한 일을 하고 나는 프론트앤드 개발자로 일한다. 일어나서 작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커피와 함께 아침을 먹고 서재에서 함께 일하거나 서재와 거실로 흩어져 서로의 시간을 보낸다. 결혼하고 둘만의 온전한 집을 갖게 되면서 우리는 더더욱 집돌이, 집순이가 되었다.


우리는 고양이 한마리와 수많은 식물과 함께 산다. 고양이와 식물을 돌보며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기에도 빠듯하기에 아직은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는 내 나이를 걱정하며 주변에선 아이를 낳을거면 빨리 낳는게 좋을거라고 조언을 하지만 당장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아이를 가지는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다. 남편과 내가 온 마음으로 아기를 원하는 시기가 왔을 때, 그때 아이를 가지는게 가능하다면 다시 생각해보리라. 사실 평생 둘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우리에겐 서로가 있고, 고양이도 있고, 식물도 있으니까.


우리나라에선 왠지 아이없는 가정이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게 보여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지만 난 지금의 우리가 좋다. 가장 평화롭고 안정적인 상태처럼 느껴진다. 남편과 나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10년여를 만나는동안 싸우고 화해하고 수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는 어느새 서로의 뾰족한 부분을 동그랗게 갈아내고 서로 감싸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둘다 고양이와 식물을 좋아하고, 책 읽는걸 즐기며,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 취향이 같다. 이젠 "있잖아, 음.." 한마디만 꺼내도 서로가 하고자 하는 말을 텔레파시처럼 알아채기도 한다.   


세상엔 수많은 부부가 있고 그들만의 행복한 이유와 불행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지금 이 순간, 충분히 행복하다.

그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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