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남녀 빌과 조앤 사랑 이야기이다. 조앤은 맛집 유튜브 1년 차이며, 빌은 5년 차이다. 그들은 카페에서 만나서 그날 업로드할 조앤의 섬네일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빌은 유튜브에서 섬네일 중요성을 반복해서 말했다. 조앤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유튜브에서 섬네일 중요하다는 걸 누가 몰라,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는데”
빌은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난 후, 조앤은 또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휴! 답답해.”
조앤 이 말 한마디에 빌은 내면에서 뭔가가 불쑥 올라왔다. 이날뿐만 아니었다. 영상 업로드하는 날이면 비슷한 패턴이 벌어졌다. 빌은 참는 것에 굉장히 익숙한 편이다. 그날따라 올라오는 감정 에너지가 평소와 달리 꽤 컸다. 그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빌 내면에서 별의별 생각과 감정이 뒤섞여 올라왔다. 부정적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이 서로 부딪혀 불꽃이 튀었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과거 불쾌한 감정까지 올라왔다. 그러더니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빌은 차분히 마음을 진정시켰다. 연이어서 마음속 ‘갈등’을 알아차리고 애썼다. 그는 데이비드 호킨스 「놓아버림 연습」 책을 읽고, 심호흡하면서 감정 흘려보내기를 시도해 본 경험이 있었다. 우선 내 안에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일어나는 갈등의 씨앗이 무엇인지 간추려 보려고 용을 썼다. 조앤의 정갈함이 묻은 사랑 손길을 기억하려고 몸부림쳤는데, 못마땅한 기억들도 덩달아 올라와 뒤엉켰다. 감정 뒤편에서 에너지가 뒤섞인 채로 내면에 머물렀지만,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려고 애썼다.
시간이 지나자 감정 소용돌이가 점차 누그러졌다. 감정 흘려보내기는 소낙비 맞은 듯 초췌한 꼴이 됐다. 감정의 찌꺼기는 빌 마음속에 그대로 쌓였다. 빌은 우선 이 상황을 받아들어야만 했다. 빌은 생각을 멈추고 더 이상 감정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여자친구이든 다른 사람이든 간에 남들과 접촉을 할 땐, 항상 ‘나’가 문제였다. 나를 내세우면 갈등이 생겼다. 빌은 나를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일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그녀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나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치솟은 감정이다. 빌은 사랑하는 그녀에게 무엇이든 줄 수 있고, 기꺼이 헌신하며, 궂은일도 도맡았다. 그렇지만 여기에 ‘나’가 끼어들면, 준 만큼 사랑받고 싶고, 내 모든 흠결을 그녀가 다 받아 주길 바랐다.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의 크기만큼이나 간격이 생겼다.
빌은 사랑이라는 공간 속에서 ‘나’를 집착했다. 나를 건드렸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왔다. 문제 근원은 나를 높이려 했고, 그녀가 나의 존재 가치를 존중하고 내 말을 들어 주기를 원했다. 이러한 이해가 생기니까 저절로 감정이 놓아졌다. 자연스럽게 나를 놓았다. 감정 찌꺼기도 사라졌다. 그리곤 마음이 고요했다. 빌은 다시 카페로 들어갔다. 신기한 일은 마음이 고요해지니까 조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성된 섬네일을 보여줬다.
노희경 작가는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 잔과 같다.’라고 한다.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소유하지 아니하고 있는 그대로 아껴줄 때 사랑은 여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