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날씨다.
음산한 바람은 날 잡아끌고 택시의 경적은 내 시선을 사로잡으려 한다.
뒤에 따라오는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후려치고 내 짐을 강탈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둡고 음산한 새벽이다.
어젯밤,
분명 비 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거리는 젖은 흔적도 없다.
잘못 들었던가.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서 확신이 없다.
손에 든 우산만이 내가 옳을 거라고 나지막히 말한다.
감각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삼십 분이나 일찍 터미널에 도착했다. 혹시 늦으면 어떡하나 하는 강박적 시간 관념이 오늘도 발생했다.
기다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기다림은 익숙하다.
'우산 팔아요' 라는 팻말을 써놓은 구멍가게는 평소보다 훨씬 추레하게 느껴진다.
화장실에선 걸인이 욕을 하고, 편의점에선 취객이 경찰과 다투고 있다.
추잡하다.
인간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어째서 구차하고 추잡하게도 존재하는가.
생각하므로 존재하는가. 생각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가.
생각해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면,
생각하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존재의 이유는...
그만두자.
삶이 고통이라는 걸 알고 있다.
표를 끊고 플랫폼에 섰다.
존재를 찾는 여정.
나는 이제 떠나려 한다.
나는 이제 떠나려 한다, 조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