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첼라 Mar 30. 2017

나 스웨덴으로 인턴 갈 거야!

새로운 도전, 혹은 시간 벌기

스웨덴으로 인턴을 나가겠어!라는 목표를 세우고 당시 모집 중이던 인턴 공고들을 찾아봤다. 


운 좋게도 마침 정부에서 K-move 사업을 통해 ‘글로벌 마케팅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고, 파견국 중에 스웨덴이 있었다. 현지 언어 구사가 가능했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인턴에 지원했다. 인턴 합격 전, 별생각 없이 ‘스웨덴 갈 수 있는 프로그램 가야지!’ 하고 지원을 맘먹었는데.. 


인턴 지원을 시작하면서 뭔가 생각이 많아지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이어질 길고 추운 해외생활의 신호탄이었을까? 


인턴 합격 후, 나는 부모님에게 합격 소식을 알렸다. 


부모님은 ‘아무래도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을 하지. 왜 6개월 인턴을 하니?’ 하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이 인턴에 참여하는 게 오히려 대학원 입학에 유리하다는 거짓말을 하며 부모님을 설득했다. 


이렇게 인턴을 가기로 확정을 지으면서, 내 마음속에서 대학원이 한 발짝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대학생 내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온 진로가 흐릿해지는 것 같아 불안했다. 인턴을 나갔다가 돌아오더라도 언제든 내가 원하는 길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었다.


지역전문가이신 교수님에게 ‘교수님 사회에 나가서 1,2년 정도 일하고 다시 대학원을 가는 건어 떨까요?’라고 여쭤봤을 때, 교수님은 고개를 저었다. 공부 시작은 빠를수록 좋고, 또 만약 사회에 나왔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는 이유가 금전적 이유라면, 냉정하게 말해서 사회에서 1,2년일해 모은 돈으로 인문학 석, 박사 과정을 밟기 힘들다.라는 게 이유였다.

정말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데… 우리 학교 본관 뒤 국제학사 로이어 지는 길에서 교수님과 저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아 교수님, 근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희 아버지가 늘 대학원을 말씀하셔서 저는 거길 가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했는데, 요즘은 자꾸 고민되고…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공부인건지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을 했고… 교수님이 나를 내려다보셨다. 나는 교수님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아, 내가 생각한 모습과 좀 거리가 머네…’ 하는 뜻을 읽은 것 같았다. 1학년 2학기 때, 과 사무실을 찾아가 ‘안녕하세요! 저는 유럽 지역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하며 졸업 후 계획을 줄줄 말하는 모습을 기특히 여겼던 제자가 알고 보니 자기 의견과 고민으로 그 길을 정한 게 아니라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별생각 없이 OK 했던 거구나… 하는. 


그렇게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이 불안해하던 4학년 2학기.


나는 해외 인턴을 선택했다.


도피였을까, 아니면 새로운 도전이었을까.

나는 설렘과 동시에 불안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정말 박사가 되고 싶은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