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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윌킴 Feb 10. 2021

내가 '당근마켓'을 사랑하는 네 가지 이유

편견을 깼다, 확고하다, 재미와 감동이 있다, 솔직히 그냥 잘한다. 


최근 모 브랜드의 비딩 제안서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3개를 그냥 지금 바로 생각나는 대로 말해봐라'와 같은 물음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나의 답변은 '언더아머, 코오롱스포츠 그리고 당근마켓'이었다. 평소 특정 브랜드에 엄청난 충성심이 있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정말 그냥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3가지를 우선 답한 것일 뿐이었는데 이중 당근마켓은 최근 들어 충성심을 넘어 사랑하는 마음까지 생겼기에 꼭 텍스트로 글을 남겨보고 싶었다.  


당근마켓 앱을 다운받고 실제로 사용한 것은 불과 작년 여름의 일이다. 유튜브 네고왕 채널에서 당근마켓 본사를 찾아가는 회차를 봤고, 해당 회차에서 광희가 '당근마켓 유튜브 광고 진짜 꼴 뵈기 싫어'라고 말하는 것에 깊은 공감을 하며 지켜봤던 일반 시청자 중 한명이었다. 유튜브 범퍼 광고에 중저음의 남성 목소리가 들리며 '당근~'하는 광고 멘트가 너무 짜증 났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쩌다 이렇게 좋아하게 돼버린 걸까? 


1. '중고나라'가 있는데 되겠어?라는 편견을 깬 당근 

중고거래를 할 일이 있으면 지금까지는(그러니까 20년 봄까지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이용했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와 같이 이미 유명한 워딩(?)도 있고, '중고거래 시장 내 부동의 1위'로 자리매김한 곳이기 때문에 당근마켓 서비스 초기에는 '중고나라가 있는데 되겠어? 아니 너무 넘사벽이 시장 1위가 있잖아'라고 생각하며 내까짓게 뭐라고 되려 당근마켓을 딱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정확하게 현시점(21년 2월)에서는 나조차도 이제는 중고나라를 가장 최근에 이용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당근마켓의 헤비유저가 되었고, 20년 7월 기준 쿠팡 다음으로 순이용자수가 많은 전자상거래앱이라고 하니 말 다했다. 

이와 같이 '부동의 시장 1위가 있는데 후발주자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나의 오만과 편견을 깨준 서비스였다. 어떻게 직구로 전 세계를 넘나들며 모두가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세상 속에서 km를 한정 지어 정해진 구역 내에서 그것도 대면 직거래를 하겠다는 완전한 역발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진심으로 천재 아냐? 앞으로 내가 살아가거나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도 두고두고 생각해볼 만한 서비스가 될 것 같다.


"아~니. 부동의 시장 1위가 있는데 후발주자가 성공하는 게 어디 쉽겠냐고."

"쉽진 않겠지만 명확한 성공사례가 있잖아요. 당근마켓이요."



2. '진짜 당신의 근처'를 향한 확고한 서비스와 본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최근 유행 용어 '준며들다'와 같이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당근마켓에 빠지게 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당며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케이스인데,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당근마켓 성공 비결에 관한 온갖 기사와 유튜브 동영상을 스스로 찾아보는 데까지 이르렀다. 해당 내용에서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다. 바로 브랜드가 아닌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딩이 잘 되어있는 것마냥 '아주 잘 짜여진 스토리 있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당근마켓이 '당신의 근처'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은 이제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서비스 명부터 본질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듯 당근마켓은 '우리 동네' 기반 중고거래 앱이다. 앱을 들어가 보면 물품을 사고파는 행위만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심심치 않게 보이는 '무나'(무료나눔)도 살펴볼 수 있고 어플 두 번째 탭 '동네생활'을 클릭하면 우리 동네 관련 동네소식, 동네맛집, 취미생활, 심지어는 강아지, 고양이와 같은 주제로도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광고마저 전국 광고는 일절 받고 있지 않으며 동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소액 5,000원부터 시작해볼 수 있는 동네 지역광고만 집행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동네별 지역 축제 같은 서비스도 기획해서 정말 '더 동네다운 동네'를 만들고 싶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처음부터 하나같이 진정한 '당신의 근처'를 위한 서비스 같아서 더욱 마음이 동했다. 

여타 시각에서는 '저렇게 확고한 서비스인 척하다가 나중엔 결국 오늘의 집처럼 될걸?'이라고 바라보는 사람도 있으나 어쨌든 모든 서비스는 수익 창출과 비즈니스 모델이 뒷받침되어야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기에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당근마켓이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버시고 번 돈으로 더 좋은 지역 환경을 제공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3. 재밌어요. 근데 감동까지 있네요? '밈'으로 자리한 당근의 후기들 

당근마켓 역시 중고나라와 같이 다양한 거래 후기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아무래도 직거래 대면 기반의 서비스이다 보니 더욱 다양한 에피소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나 역시 지금까지 약 10번이 넘는 당근 거래를 하면서 잊지 못할 후기가 있다.  

컨버스 하이 플라밍고 230 사이즈를 거래하고자(내가 구매자였다) 판매자와 왕십리역 7-4번 플랫폼에서 만났고, 상품 상태 확인하고 거래를 마치고 가려는데 판매자님께서 사실 본인이 여러 개 사둬서 남는(?) 젤리슈즈가 있는데 나더러 하나 신으라고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당근으로 물건을 팔아보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첫 거래자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이렇게 챙겨 왔다고 말하며 주섬주섬 꺼내시는 신발 실물을 보고 너무 웃겨서 웃다 숨 넘어갈 뻔했다. 

내가 마구 웃으며 '아 너무 감사한데 제가 이런 거 신기엔 나이가...'라고 말하니 판매자님께서 '이게 생긴 건 이래도 계곡 같은데 놀러 가면 이만한 신발이 없다'며 신발의 장점을 적극 어필해주셨고 결국 감사한 마음으로 챙겨서 신발 두 켤레를 고이 품에 안고 집으로 귀가했다는 사실.  


밈적인 후기 이런 걸 떠나서 사실 이런 사람을 만나 거래를 하면 정말로 '세상이 순간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세상은 아직 살만해..



4. 솔직히, 잘한다. 그냥 다 잘한다. 

1) '당신의 근처'를 줄여 서비스명을 '당근마켓'으로 하다 보니 자연스레 서비스 기본 컬러는 당근의 '주황색'이 되었고, 당근을 좋아하는 동물이 토끼니까 서비스 기본 캐릭터는 '토끼'가 되었다. 잘 만든 서비스명 하나가 콘셉트를 구하고 컬러를 넘어 캐릭터까지 구한다.


2) 인스타 스토리에 당근마켓 거래 후기를 몇 개 올리다 보니 당근마켓 공식 인스타그램을 직접 검색하고 들어갔고, 그 어떠한 혜택이나 이벤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마음으로 '팔로우'를 눌렀다. 팔로우를 하고 보니 이 계정, 진짜 열일한다. 

특히 당근마켓 인스타그램 계정을 태그해 스토리에 노출하는 일반 사용자들의 콘텐츠를 거의 실시간으로 리그램하여 빠른 호흡으로 운영하고 있다. 나 역시 예전에 오후 1시경 스토리를 올린 적이 있는데, 그날 오후 5시경이었던가 당근마켓에서 내 스토리를 리그램해갔었다. 그때 속으로 '아니 이 계정 운영자 뭐야 진짜 열일하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걸 또 컨펌받고 어디에 보고하고 이러는 시스템은 아닌 모양인지 빠른 응답에 '실시간으로 응답하고 소통하는 계정'이라는 느낌을 줘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럼 단순 빠르게 리그램만 하면 될 일이냐? 아니다. 스토리마저 카테고라이징하여 아래와 같이 짜임새 있게 운영 중이다. 


3)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것을 알고 귀신같이 내어준다 1 

20년 연말에 '당근마켓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는 알림 팝업이 와서 부랴부랴 들어가 보니 아래와 같이 뽑아 선정해주셨다. '이게 뭐지?' 싶어서 초록창에 검색해보니 웬만한 사용자는 다 선발된 것 같았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사용자마다 특색을 달리해서 문구를 기입했다는 점. 친절하고 매너 좋은 000님, 칼같이 응답하는 000님과 같이 평소 사용행태를 분석해서 전달한 모양이었다. 

뽑혔다고 딱히 혜택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게 또 그냥 괜시리 스토리에 한 번 업로드해보고 싶었더랬다. 근데 이 날 스토리에 인증한 거 나만 그런 게 아니던데? 

저 위에 수많은 점선을 보세요. 인증이 넘쳐나네요. 
이건 내가 올렸던 스토리. 칼같이 응답하는 hhh님이 바로 접니다.


4)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것을 알고 귀신같이 내어준다 2 

12월 19일 '당근이세요?' 장바구니 오픈 소식이 들리자마자 핫한 반응이 줄을 이었는데 정작 이벤트는 최근(2월 6일부터 2월 8일까지) 진행했다.  

이것도 좀 놀라웠던 게 자사 서비스 한번 더 노출시키기 위한 목적의 인증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당근마켓 어플 내에서 '당근이세요' 5행시를 짓게 한 것이 다였다. (진짜 홍보 목적 없이 사용자를 위한 이벤트였던 건가? 어차피 당첨자는 알아서 또 자발적으로 인증하고 다닐 테니까?) 당첨자는 총 1,000명. 

2월 8일 월요일 접속 기준으로 댓글이 20만 개가 달렸었는데.. 담당자님 20만 개 댓글 다 어찌 읽으시려나 문득 쓸데없이 쌩판 얼굴도 모르는 남이 걱정되더라.  

(캡쳐를 해서 보여드리면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캡쳐 이미지가 없다. 근데 댓글 20만 개 넘은 건 진짜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사실 나도 당근이세요 장바구니 갖고 싶다고 스토리 올린 적 있음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어디까지 어떻게 성장할지 향후 넥스트가 기대되는 서비스, 당근마켓.


그런데 다 좋은건 아닙니다. 부작용도 있어요. 

제가 지금 이러다 집안 살림살이를 다 내다 팔 기세인데요. 정말 제가 필요하고 써야 하는 제품까지 내다

팔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최근 당그지(당근+거지)들 후기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고, 무료나눔했는데 그걸 돈 받고 되팔았다는 둥 무료나눔했는데 감사합니다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가 버렸다는 둥 말만 들어도 인류애를 상실할 것만 같은 부정적 후기도 속출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잘 만난 거래자 한 명으로 인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마법과도 같은 중독 앱이다. 그리고 그 '잘 만난 거래자 한 명'이 곧 내가 될 수 있도록 세상을 살아가자. 


그럼 마지막으로 

ps. 돈암, 동선, 삼선 주민분들 제가 올린 것도 좀 사가 주시겠어요..? 요즘들어 부쩍 안 팔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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