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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A KIM Dec 29. 2019

한국의 브랜드 디자이너가 중국에 간 이유

한국을 떠나기 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 "갑자기 중국에 가겠다고?"

그렇다.

내가 중국에 가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렇게나 '갑자기' 이긴 했다.

타지에서 한 번도 살아본 적 없이 이십여 년을 한국에서 나고 자라

중국어도 할 줄 모르고 중국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누군가가 '일하러 중국에 가겠다'라고 한다면


"갑자기 중국에 가겠다고?"


묻기만 하면 다행이고 고생한다, 가지 마라 열심히 말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중국에 오게 만든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다듬어 세가지 정도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오기로 마음먹기보다 중국에 오기까지의 '과정'이 더 험난했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에 더 적어보기로 하고)


첫 번째,

2018년 한국의 PlusX라는 디자인 에이전시 재직 당시, Tencent Video의 'The Coming one 2', 명일지자 2(明日之子)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여행으로도 중국에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중국에 방문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2018년 Tencent Video의 'The Coming one', 명일지자(明日之子) 브랜드 리뉴얼 작업 중 일부.

이때 출장차 방문했던 곳은 중국 북경이었는데, 2018년의 북경은 내가 여태껏 상상했던 중국과 매우 달랐다.

중국의 도시와 기업은 내가 관심을 갖지 못한 사이 아주 빠르게 발전해있었고, 특히 Tencent Video와 함께 일하면서 중국 기업이 이미 세계적 규모로 성장한 것을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기업의 엄청난 성장에 비하여 중국의 브랜드 디자인 업계는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다고 느껴졌고, 이 때문에 오히려 이곳에서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까, 중국은 브랜드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2018년 3월 중국 북경 출장이자 나의 첫 중국 방문

이렇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우물 안의 디자이너로 살았는지 느끼게 해 준 중국 첫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나도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꼭 한국을 벗어나 살아보겠노라, 재차 생각을 곱씹었다.

그리고 이 날부터 두 달 뒤, 나는 중국 Tencent 입사 면접 위해 중국 심천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된다.


두 번째,

앞서 설명했던 The Coming one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시기는 PlusX BX팀(Brand eXperience)에서 일한 지 3년이 채 안되었을 때였다.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이직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는데 첫 회사에 입사했을 무렵에도 입사하고 싶은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었듯, 이직하고자 할 때에도 그 이유가 분명했었다. 나의 삶 자체에도 터닝포인트가 필요했고, 직업적으로도 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었다. 이처럼 진지하게 삶의 방향성과 이직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 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거나 다른 넥스트를 쉽게 정할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차에 중국 첫 출장에서 느낀 새로운 자극은 나에게 더욱더 해외 취업을 갈망하게 했고, 막연하게나마 해외 이직을 고민하게 했었다.


세 번째,

개인적인 감상과 이상이 섞여있으나 나름 꽤나 현실적인, 지극히 본인스러운 이 세 번째 이유가 나의 중국행의 가장 큰 이유이자 마지막 이유이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늘 새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말인즉슨 높은 곳에서 넓게 보고 이 곳 저 곳 자유롭게 다니며 다양하게 경험하고 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내게 주어진 환경은 나를 오래도록 한 곳에 머무는 뿌리 있는 나무로 자라게 했다. 새가 되고 싶은 이상 속의 나와 나무로 살고 있는 현실의 나는 하늘과 땅차이만큼 크나큰 괴리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국경 없이 새가 되어 살아보고자 하는 나의 이상은 작아지지 않고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내게 작은 기회가 주어지자 망설임 없이 나를 이 곳으로 오게 만들었다.

그렇게 갖게 된 용기는 처음 해보는 타지 생활이나 다른 언어의 장벽에 대한 부담감들을 그저 다른 문화를 알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에 대한 설렘으로 바꾸어주었고, 그 덕분에 불 보듯 뻔한 고생길에 스스로 뛰어들어 기꺼이 기쁘게 부딪힐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2018년 10월, 태어나 처음 편도로 구매한 비행기 티켓을 들고 심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러한 우연과 필연들이 모여 만들어 낸 이유들로 2018년 3월 중국 북경 첫 방문으로부터 반년 뒤인 2018년 10월, 중국이 한없이 낯설었던 한국의 브랜드 디자이너의 중국 생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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