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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아리 Nov 25. 2021

'다만'에서 만나자.

다만. 요즘 내가 자주 쓰게 된 말이다. 다만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앞의 말을 받아 예외적인 사항이나 조건을 덧붙일 때 그 말머리에 쓰는 말"


나는 주로 상대와 내 생각이 달라지는 지점을 표시하는 용도로 쓴다. 네가 한 생각의 90%는 동의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조금 달라. 결론도 달라. 그래서 이 말을 쓸 때면 상대와 나 사이에 벌어진 간격을 바라보게 된다. 서로 사이에 놓인 탁자만큼, 바닥만큼 20cm에서 50cm, 혹은 그 이상의 거리가 놓여있다. 그리고 아마 평생 이 간격을 중심으로 함께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어쩌면 다만이라는 말은 서로에게 기울었던 자세를 꼿꼿하게 되돌리는 말인 것 같다. 함께 걷던 사람과 맞잡고 있던 손을 놓는 순간과도 비슷하다. 손을 잡고 걷다가도 '다만' 이제는 각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며 헤어지는 순간 말이다. 이전에는 그 순간을 뭉뚱그리려 했다. 그제야 보이는 둘만의 간격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안다. 그 간격이 다시 누군가를 만날 장소가 된다는 걸. 또 여기서 보자. 다만.


이제 나는 다만 이전의 순간이 진심으로 느껴지도록, 다만 이후의 순간이 슬프지 않도록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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